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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풀씨처럼, 그런 시를 쓰고 싶다 가시나무엔 가시가 난다.그건 아무도 놀라지 않는 자연의 섭리다.꽃나무엔 꽃이 피고,산새는 작은 몸으로도 노래를 뿜어낸다.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일어나는 이 세상 속에서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에게서도 ‘무언가’가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그게 시라면… 아름다운 시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내가 쓰고 싶은 건대단한 비유도, 거창한 주제도 아니다. 이름 없는 풀씨처럼 조용히,누구의 눈에도 들지 않지만그저 바람을 따라 고개를 흔드는 그런 시.상쾌하고 가볍고,가슴속 깊은 곳까지 맑게 씻어주는바람 같은 시 한 줄을나는 정말 써보고 싶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바람조차도시의 매연 속에 길을 잃는다.나는 지금, 도시 한복판에 있다.전광판이 번쩍이고사람들이 제 감정도 숨긴 채바삐 움직이는 그 거리.그런데 이상하게도누군가는 .. 2025. 4. 24.
"염라대왕 앞에서 쓸 핑계 하나 있어요" 그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 - 방보성 글 안개가 자욱했다.아니, 죽음이 자욱했다고 해야 맞겠다. 이 세상엔 영웅도, 악당도 넘쳐난다.어쩌면 아이에게 코트 하나 건네는 것만으로도누군가는 영웅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가진 게 많다는 이유로나는 아무것도 내어주지 못했다.그건 그냥 내 하소연이다. 눈앞에 악당이 있다.나는 그저, 칼이 내게 닿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초라한 사람이 나타났다.영웅이라 하기엔 너무 볼품없었다.하지만 식어가는 내 몸 위에코트를 덮어주는 온기는 있었다. 그는 싸웠고,누군가가 도망칠 때마다그의 눈, 팔, 다리는 하나씩 사라졌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생명을 앗아갔어.” 과격했다.그래서 더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무고한 사람을 살리려고악당을 죽였지.대신 내 목숨 하나.. 2025. 4. 23.
"갈대 피리와 봄 하늘 — 자연이 들려주는 치유의 선율" 봄날, 물푸레나무가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서 있었어요.그 위로 맑고 영롱한 봄하늘이 조용히 흘러가죠. 마치 신비로운 기운처럼요. 푸른 칠색구름은 달빛에 젖어, 조용히 서쪽 하늘로 떠갑니다.그 모습은 전설 같고, 평화로워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별빛은 하늘 끝을 핥듯 흐르고, 별똥은 조용히 사라집니다.시간과 신화가 잠깐 스쳐간 순간이었죠. 섬진강가엔 메마른 갈대가 서 있어요.그런데, 그 갈대에서 피리 소리가 들립니다.바위도 녹일 듯, 조용하고 따뜻한 소리예요. "갈대를 수풀어 보지 말라." 겉으론 메말랐지만, 갈대는 저마다 피리를 물고 있어요.비틀어진 가슴에서도, 아름다운 선율은 흘러나옵니다. 우리도 그래요.상처가 있어도, 지쳐 있어도누구나 가슴속에 피리 하나쯤은 품고 있죠. *관련글 보기.. 2025. 4. 23.
사랑밖엔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얼마 전, 조용한 교회 모임에서 한 목사님의 사모님을 처음 뵈었다.눈빛이 따뜻하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분이셨다. 사모님은 내게 조심스레 물으셨다. “무엇을 잘하세요? 운동도 잘하실 것 같고, 여러 활동도 잘하실 것 같아요.” 그 말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다.교회를 위해 함께 섬기기를 바라는 따뜻한 기대가 담긴 말씀이었다. 마음이 살짝 울컥했다.그 따뜻한 눈빛에, 나도 위트있게 대답하고 싶었다. 아내의 손을 조용히 감싸며 말했다. “저는… 사랑밖엔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사모님은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그 눈빛엔 ‘그거면 충분하다’는 감동이 담겨 있었다. 실제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운동을 잘하는 것도,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하지만, 내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 2025. 4. 22.
언어는 벽이다, 그래도 나는 너에게 닿고 싶다 사람들 머리 위엔 저마다 작은 우주가 하나씩 얹혀 있어.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들고 다니지.걱정이 많은 사람은 우주가 무거워서 자꾸 어깨를 주물러야 하고,생각이 많은 사람은 밤마다 그 우주 안에서 별을 세느라 잠을 못 자. 근데 재미있는 건,그 우주라는 게 실은 그렇게 크지도 않아.끝없이 펼쳐진 듯하지만, 어항 하나 안에 들어갈 만큼 유한해.그 말인즉슨, 우리 모두 작은 어항 속에서큰 우주를 상상하며 살아간다는 거지. 지구?가끔은 그 자체가 어항 같아.밖에선 시끄럽고 정신없는데, 안에서는 각자 조용히 헤엄치고 있어.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그 웃음과 울음은 다른 어항을 통해 간신히 퍼져나가. 그런데 말이야,어항마다 벽이 있잖아.투명하지만 막혀 있는, 보이지만 닿지 않는 벽.그게 어쩌면 우리 마음이야.. 2025. 4. 22.
“촉촉한 빗소리와 함께 떠오른 어린 시절의 풍경” 쏟아지는 비 속에서문득 낭만을 느낀다.빗방울이 창을 두드릴 때마다가슴 한켠이 두근거린다. 어쩌면 이 설렘은어릴 적 기억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른다.비가 내리면 흙냄새와 눅눅한 공기가 코끝을 간질인다.누군가는 퀴퀴하다고 하겠지만내겐 그 냄새가 그리움이다. 비닐우비 입고 논일하던 이웃들,빗속에서 흥얼거리며 벼를 심던 풍경.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정겨운 장면이었다. 어른들은 말했다.“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그 말을 그대로 믿고축구공을 찾던 어린 시절.비 오는 날 공 차는 게 뭐가 이상하냐며고개를 갸웃거리던 순수함.그 순수함이 지금은 그립기만 하다. 중·고등학교 시절,낡은 코트 하나 걸치고시집 한 권 들고비를 맞으며 등하교하던 나.비에 젖은 채모든 고민을 짊어진 듯 걸었다.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지만그 시절만의.. 2025.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