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보성 글
안개가 자욱했다.
아니, 죽음이 자욱했다고 해야 맞겠다.
이 세상엔 영웅도, 악당도 넘쳐난다.
어쩌면 아이에게 코트 하나 건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는 영웅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가진 게 많다는 이유로
나는 아무것도 내어주지 못했다.
그건 그냥 내 하소연이다.
눈앞에 악당이 있다.
나는 그저, 칼이 내게 닿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초라한 사람이 나타났다.
영웅이라 하기엔 너무 볼품없었다.
하지만 식어가는 내 몸 위에
코트를 덮어주는 온기는 있었다.
그는 싸웠고,
누군가가 도망칠 때마다
그의 눈, 팔, 다리는 하나씩 사라졌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앗아갔어.”
과격했다.
그래서 더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무고한 사람을 살리려고
악당을 죽였지.
대신 내 목숨 하나 던져.
염라대왕 만나면
딱 하나 멋진 핑계가 되잖아.”
말은 허세 같았지만
핏물에 젖은 그의 모습은
정말 초라했고,
정말 찬란했다.
그래서 나는 확신했다.
그는 분명 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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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맡기는 남자, 그리고 조용한 일탈을 꿈꾸다.
나는 경계에 선다.한쪽 발은 지극히 현실에 닿아 있고,다른 한쪽은 늘 꿈결 같은 어딘가를 향한다. 하루를 살아내면서도,가끔은 도망치고 싶다.말 없이, 흔적도 없이,나조차 모르는 나를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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