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물푸레나무가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서 있었어요.
그 위로 맑고 영롱한 봄하늘이 조용히 흘러가죠. 마치 신비로운 기운처럼요.
푸른 칠색구름은 달빛에 젖어, 조용히 서쪽 하늘로 떠갑니다.
그 모습은 전설 같고, 평화로워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
별빛은 하늘 끝을 핥듯 흐르고, 별똥은 조용히 사라집니다.
시간과 신화가 잠깐 스쳐간 순간이었죠.
섬진강가엔 메마른 갈대가 서 있어요.
그런데, 그 갈대에서 피리 소리가 들립니다.
바위도 녹일 듯, 조용하고 따뜻한 소리예요.
"갈대를 수풀어 보지 말라."
겉으론 메말랐지만, 갈대는 저마다 피리를 물고 있어요.
비틀어진 가슴에서도, 아름다운 선율은 흘러나옵니다.
우리도 그래요.
상처가 있어도, 지쳐 있어도
누구나 가슴속에 피리 하나쯤은 품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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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나라에서 온 아이들』
아침 햇살이 느지막이 나뭇가지를 어루만지던 시간이었다.밤새 내린 이슬이 아직 마르지 않아잎사귀마다 반짝이는 물방울이 매달려 있었고,그 사이사이로 연둣빛 새순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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