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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

이름 없는 풀씨처럼, 그런 시를 쓰고 싶다

by 선비천사 2025. 4. 24.

 

 

가시나무엔 가시가 난다.
그건 아무도 놀라지 않는 자연의 섭리다.
꽃나무엔 꽃이 피고,
산새는 작은 몸으로도 노래를 뿜어낸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게 일어나는 이 세상 속에서
나는 문득 생각했다.

 

나에게서도 ‘무언가’가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게 시라면… 아름다운 시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내가 쓰고 싶은 건
대단한 비유도, 거창한 주제도 아니다.

 

이름 없는 풀씨처럼 조용히,
누구의 눈에도 들지 않지만
그저 바람을 따라 고개를 흔드는 그런 시.

상쾌하고 가볍고,
가슴속 깊은 곳까지 맑게 씻어주는
바람 같은 시 한 줄을
나는 정말 써보고 싶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바람조차
도시의 매연 속에 길을 잃는다.

나는 지금, 도시 한복판에 있다.
전광판이 번쩍이고
사람들이 제 감정도 숨긴 채
바삐 움직이는 그 거리.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군가는 그 거리에서 북을 치고 장구를 친다.

 

농악놀이가 시작되었고,
어디선가 소리꾼의 목청이 터져 나온다.

놀랍게도 콘크리트 바닥 틈 사이,
민들레 하나가 피어 있다.
도저히 피어날 수 없는 자리에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민들레는 노란 꽃을 올린다.

 

그 순간 나는 고개를 숙인다.

 

“참다운 시인이 되고 싶다”던 그 말이
어쩌면 너무 낡고,
너무 무거운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을 써야 하는가.
어떻게 써야 세상이 잠시 멈춰 서고,
누군가의 마음이 울릴 수 있을까.

나는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민들레는 오늘도 피었고,
그 노란 꽃 하나가
내 안의 낡은 질문들 위에
작은 빛을 하나 얹는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나는 또다시, 시를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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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잠자리와 은빛 물고기 이야기”

물가에 조용히 앉는다.억새 사이를 비집고 낚싯대를 툭 펴본다. 들판엔 새싹이 자라고,멀리 펼쳐진 풍경은 꼭 유화 그림 같다.하늘은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질 듯,호수는 그걸 그대로 받아 안는다.

sunbicheons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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