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속에서 익어가는 삶, 삼겹살 한 점에 담긴 이야기"
우리는 살기 위해 먹을까.아니면 먹기 위해 사는 걸까. 요즘 세상을 보면,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다.유튜브, 블로그, TV.온통 음식 이야기다.먹는 것은 이제 문화가 되었고, 위로가 되었고, 삶 그 자체가 되었다. 가족이 모이거나,회사 동료들과 회식이 잡히거나,캠핑을 간다고 하면,자연스럽게 한 가지 음식이 떠오른다. 삼겹살. 불판 위에 고기가 닿는 순간,'치익' —기름이 튀며 눈앞을 스치고,고소한 냄새가 허기를 자극한다. 연기 사이로 퍼지는 숯불 향기,불꽃에 비치는 얼굴들.젓가락에 들린 삼겹살은 미세하게 떨리고,육즙이 안쪽에서 부글거리다 입안에서 터진다. 상추 위에 삼겹살을 얹고,파무침을 올리고,마늘 한 쪽, 쌈장 한 숟가락 얹어입을 크게 벌려 삼킨다.짭짤한 기름맛,쌉싸름한 채소의 향,차가운 맥주 거품..
2025. 4. 29.
추억은 늙지 않는다, 고향에서 다시 웃다
젊은이는 미래를 먹고 살고,노년은 과거를 먹고 산다.이제 우리는 하루 한 조각, 추억을 씹으며 산다. "야, 너 그때 기억나?"친구의 한마디에잊었던 시간이 살아난다.기억은 다시 풍성해진다. 오늘은 부부 동반 강화도 나들이.친구가 물려받은 한옥집.세 커플, 딱 좋은 숫자. 반질반질한 마루,잔디꽃 흐드러진 마당.오래된 한옥엔 따뜻한 바람이 스민다. "이 친구, 이렇게 깔끔했나?"익숙한 얼굴에서 낯선 면을 본다. 장어와 삼겹살이 불판에서 '치익' 소리 낸다.텃밭에서 금방 딴 상추와 쑥갓.구수한 흙내, 고기 냄새,어릴 적 어머니 부엌이 떠오른다. 맥주잔 부딪히며 웃음이 터진다.추억과 감동이 한데 섞인다.이 순간, 이보다 좋을까. 그때 친구가 툭,"야, 니가 그때 울던거 기억나냐?"모두 웃지만,나는 잠깐 웃음을 ..
2025. 4. 29.
“커피 한 잔으로 위로 받은 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았어요”
아직 봄은 완전히 오지 않았다.하늘은 맑고 햇살도 따스했지만,나무는 잎을 달지 않은 채 겨울의 마지막을 버티고 있었다.하지만 그 적막함 속에서도 묘하게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나는 그 고요한 순간 속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캠핑 의자에 기대어, 손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내 옆에는 하얀 SUV 차량과 조그마한 텐트가 있고,작은 나무 테이블 위에는 정갈하게 준비된 도시락과 물 한 병, 종이컵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주 평범한 풍경일지 몰라도,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자연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도시의 소음에서 점점 멀어졌다.이곳에는 시계도, 알람도, 업무 메신저도 없다.오직 나와 바람, 그리고 잔잔한 숲의 숨소리만 있을 뿐이었다. 바람이 살짝 불자 나뭇가지가 부드럽게 흔들렸다...
2025.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