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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동 샌님, 산에서 숨을 고르다 샌님은 고등학교 선생님이다.시골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아간다.마음은 늘 시골을 그리워하지만도시를 떠날 용기는 없다. 그저 가족과 소박하게알콩달콩 살고 싶은 사람이다. 술은 즐기지 않지만술자리의 분위기는 좋아한다.삶은 늘 무겁고,자신은 늘 부족하다고 느낀다. 예수처럼 참지도 못하고,부처처럼 내려놓지도 못하고,공자처럼 예를 다하려다혼자 상처받는다. 답답한 날엔 베란다 문을 연다.그 앞에 소래산이 있다.산은 말없이 거기 있다.도시 속에서 조용히, 묵묵히. 결국 신발을 신고산을 향해 걷는다. 처음엔 힘들다.헉헉거리며 올라간다. 하지만 산은 안다.힘들 땐 평지를 내주고,쉴 만하면 다시 경사를 준다. 산은 도시 사람들의 고향이다.누구든 말없이 안아준다.아이도, 어르신도,상처받은 이도산에 올라 숨을 고른다. 샌님도 .. 2025. 4. 18.
🌱 하루가 모여, 당신이 된다 지금 당신의 하루가곧 당신의 평생이다.말투, 태도, 행동 하나하나.사소해 보이지만,그것들이 모여 당신이 된다.늘 지각하는 사람,말끝마다 날이 선 사람,남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그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습관이다.그리고 그 습관이 그 사람을 만든다.반대로,고운 말을 쓰고시간을 지키고배려가 몸에 밴 사람.그건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반복해서 만들어낸내면의 루틴이다.그렇다.우리는 습관의 동물이다.그 말은,습관이 바뀌면 사람도 바뀐다는 뜻이다.그런데 왜 사람들은 말할까?"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야."정말 그럴까?당신은 오늘 하루,어떤 말을 가장 많이 했는가?"고마워"였는가,아니면 "귀찮아", "짜증나"였는가?습관은 무의식 중에 우리를 만든다.하지만 그 무의식을 다시 훈련하는 것.그게 바로 공부다.시험을 위한 공.. 2025. 4. 17.
그냥 어제 퇴근길,지하철 창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다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했어요.낯선 얼굴 같았어요.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도정작 나를 들여다본 건 오랜만이었나 봅니다. 회사 동료가 “고생 많으세요” 하고 건넨 말 한마디에괜히 울컥했어요.그 말이,요즘은 나한테도 좀 필요한 말 같았거든요. 그리고 그 순간,가족 생각이 났어요.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면아이들은 말없이 눈을 맞추고,당신은 늘 하던 듯 식탁을 준비하죠.익숙한 풍경인데문득 마음 한쪽이 저릿했어요.이 따뜻한 일상이,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요즘 따라 자꾸 깨닫게 됩니다. 며칠 전엔 딸아이가“아빠, 왜 요즘엔 웃을 때도 피곤해 보여?”그러더군요.그 말이 가슴 한복판에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아, 내가 웃고 있지 않았구나. 가끔은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타.. 2025. 4. 17.
🎭 일탈, 그 작고 소심한 반란 – 머리핀 사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아침 8시 12분.늘 그렇듯 나는 출근 시간의 3분 여유를 부여잡은 채, 약간의 숨가쁨과 함께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그녀가 서 있었다.흰 블라우스, 회색 스커트.그리고… 머리핀.딱히 눈부신 것도, 화려한 것도 아니었다.그냥 그날따라 햇살이 그 머리핀에만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닫히는 문입니다.”삐익—문이 닫히고, 4층에서 11층까지의 짧고 긴 여정이 시작됐다. 심장이 평소보다 두 박자 빨리 뛰었다.아니, 그건 계단을 뛰어 올라온 탓이었을까?그녀의 옆모습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한 치의 흔들림 없이…그녀의 머리핀을 힐끔거렸다. ‘예쁘다’ 입안에서 맴돌았다.하지만 평생 그런 말 해본 적 없다.예쁘다는 말은 TV 속 주인공들이나 .. 2025. 4. 17.
🌲 비탈 위의 소나무 절벽 위, 바람이 스칠 때마다 외로움은 몸 안에 스며들었다. 이슬 머금은 바람이었지만, 그 안엔 살아온 날들의 거칠고 짠 흔적이 녹아 있었다. 나는 오랜 시간 이 벼랑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왔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나는 오래전부터 조금씩 배워왔다. 활엽수들이 햇살을 나누며 자라날 때, 나는 그늘진 곳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렸다. 남들은 지나치기 바쁜 황무지. 메마른 흙과 부서진 돌 틈, 겨우 숨 쉴 수 있는 그 공간에 내 삶은 조용히 자리 잡았다.어쩌면, 그것은 우리 집안이 늘 살아온 방식이었다.누군가는 피했다고 말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늘 더 험한 길을 스스로 선택해왔다. 타인과의 싸움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모진 바람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으려는 싸움.눈.. 2025. 4. 17.
인생에 정답은 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많은 질문을 받는다."어떤 일을 해야 할까?""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까?""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그런데 묘하게도,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은삶의 끝자락에서야 겨우 들려온다.그때야 비로소, 사람들은 인생을 또렷이 바라본다. 나는 요즘 가끔 상상해본다.침대 머리맡에 조용히 앉아,누군가의 손을 잡고 마지막 이야기를 듣는 장면을.그 말들은 무겁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하다.어쩌면 삶이 끝나갈수록, 말은 더 가볍고 투명해지는지도 모른다. 어떤 분은 조용히 말했다.“내가 나답게 살지 못했어.”또 어떤 이는 “일 좀 덜 할걸 그랬지…” 하고, 허탈하게 웃었다.감정을 눌러 살던 이는 “좀 더 솔직했으면…” 하고 눈을 감았고,오래된 친구들의 이름을 중얼이다 입을 다문 분도 있었다. .. 2025. 4.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