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는 이미 열려 있었다-맹꽁이 소리」
나는 오랫동안 닫혀 있다고 믿었다.문이든, 가능성이든, 세상이든.애초에 문고리조차 안 잡아보고선,“아, 저건 잠겼겠지.”그렇게 혼자 판단하고 혼자 낙담했다. 그날도 그랬다.습기 머금은 오후, 아무 일도 하기 싫은 날.창밖을 멍하니 보다가 문이 눈에 들어왔다.오래된 창고 문.닳아버린 자물쇠가 다소곳이 열려 있었다.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지만 말이다. “어라?”그 순간, 어딘가에서 맹꽁이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맹꽁 맹꽁?아니다.그들은 다소 민망하게,‘맹맹’ 하며 운다. 그 울음소리, 왠지 낯이 익었다.삐걱거리는 의자, 애매한 변명,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내 안에서 자주 울리던 그것이었다. 나는 그동안 맹맹했다.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할 수 없는 일에 겁을 먹고,“괜찮아”라며 제풀에 주저앉던 순간들.다 그놈의 맹..
2025. 5. 8.
화초를 키우는 할머니
살다 보니 알겠더군요.말이 꼭 있어야 마음이 전해지는 건 아니란 걸요. 수줍은 웃음 하나,따뜻한 눈빛 하나면 충분할 때가 있어요. 이젠 제 곁엔 조용함만 남았어요.자식들은 바쁘게 살고,영감도 먼저 떠났죠. 아무도 없는 집에서하루가 그냥 스쳐 가고,말없이 눈물이 흐르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웃이 죽어가던 화초 하나를 주고 갔어요.“당신 손길이라면 혹시…”화초는 잎도 없고,흙도 바싹 말라 있었죠.꼭 제 모습 같았어요.그래도 물을 한 모금 줬어요. 며칠 뒤,가지 끝이 초록빛으로 살아났죠.노란 꽃 하나가 피어났을 땐그 꽃이 말하는 것 같았어요.“할머니, 나 살아 있어요.” 그날 이후,베란다에 화분이 늘기 시작했어요. 잎이 뾰족한 아이,줄기가 춤추는 아이,꽃을 꼭꼭 숨겼다 피우는 아이들.그 애들이 절 기다..
2025. 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