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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

내 마음에도 텃밭 하나 있다

by 선비천사 2025. 5. 8.

 

 

봄이면
나는 작은 하나를 꺼낸다.

 

땅을 뒤집다 보면
문득, 마음도 파헤쳐진다.
묵은 감정이 흙먼지처럼 날린다.

 

텃밭은 조용하다.
그러나
안에선 매일 전쟁이 벌어진다.
뿌리 하나가 자리를 찾고,
잎사귀 하나가
햇빛을 쟁취한다.

 

누군가는
텃밭을 노인의 소일거리라 말하겠지만,
나는 안다.
그건 아주 조심스러운 고백이다.
져버린 다짐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언젠가
심어둔 무가 죄다 시든 날이 있었다.
왜인지 몰라
그저 멀뚱히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도 그렇구나.
가만히 두면
언제든 시들 있구나.

 

물도 적었고,
햇살은 독했다.
아마도 나는
며칠간 마음을 두지 않았던 거다.

 

텃밭에선 자주 반성하고,
가끔 울고,
어쩌다 웃는다.

 

어느
익은 토마토 하나가
얼굴을 닮아 있었다.

 

말하지 못한 감정이
푸르스름하게 매달려 있었다.

 

그날,
삽을 멈추고
손을 털었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오늘도,
안의 무언가가
조금은 자랐구나.

 

텃밭은
오늘도
우주처럼 조용히
팽창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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