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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157

"갈대 피리와 봄 하늘 — 자연이 들려주는 치유의 선율" 봄날, 물푸레나무가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서 있었어요.그 위로 맑고 영롱한 봄하늘이 조용히 흘러가죠. 마치 신비로운 기운처럼요. 푸른 칠색구름은 달빛에 젖어, 조용히 서쪽 하늘로 떠갑니다.그 모습은 전설 같고, 평화로워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늑대의 울음.별빛은 하늘 끝을 핥듯 흐르고, 별똥은 조용히 사라집니다.시간과 신화가 잠깐 스쳐간 순간이었죠. 섬진강가엔 메마른 갈대가 서 있어요.그런데, 그 갈대에서 피리 소리가 들립니다.바위도 녹일 듯, 조용하고 따뜻한 소리예요. "갈대를 수풀어 보지 말라." 겉으론 메말랐지만, 갈대는 저마다 피리를 물고 있어요.비틀어진 가슴에서도, 아름다운 선율은 흘러나옵니다. 우리도 그래요.상처가 있어도, 지쳐 있어도누구나 가슴속에 피리 하나쯤은 품고 있죠. *관련글 보기.. 2025. 4. 23.
사랑밖엔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얼마 전, 조용한 교회 모임에서 한 목사님의 사모님을 처음 뵈었다.눈빛이 따뜻하고, 마음이 평안해지는 분이셨다. 사모님은 내게 조심스레 물으셨다. “무엇을 잘하세요? 운동도 잘하실 것 같고, 여러 활동도 잘하실 것 같아요.” 그 말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다.교회를 위해 함께 섬기기를 바라는 따뜻한 기대가 담긴 말씀이었다. 마음이 살짝 울컥했다.그 따뜻한 눈빛에, 나도 위트있게 대답하고 싶었다. 아내의 손을 조용히 감싸며 말했다. “저는… 사랑밖엔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사모님은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그 눈빛엔 ‘그거면 충분하다’는 감동이 담겨 있었다. 실제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운동을 잘하는 것도, 기술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하지만, 내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 2025. 4. 22.
언어는 벽이다, 그래도 나는 너에게 닿고 싶다 사람들 머리 위엔 저마다 작은 우주가 하나씩 얹혀 있어.보이지 않지만, 누구나 들고 다니지.걱정이 많은 사람은 우주가 무거워서 자꾸 어깨를 주물러야 하고,생각이 많은 사람은 밤마다 그 우주 안에서 별을 세느라 잠을 못 자. 근데 재미있는 건,그 우주라는 게 실은 그렇게 크지도 않아.끝없이 펼쳐진 듯하지만, 어항 하나 안에 들어갈 만큼 유한해.그 말인즉슨, 우리 모두 작은 어항 속에서큰 우주를 상상하며 살아간다는 거지. 지구?가끔은 그 자체가 어항 같아.밖에선 시끄럽고 정신없는데, 안에서는 각자 조용히 헤엄치고 있어.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그 웃음과 울음은 다른 어항을 통해 간신히 퍼져나가. 그런데 말이야,어항마다 벽이 있잖아.투명하지만 막혀 있는, 보이지만 닿지 않는 벽.그게 어쩌면 우리 마음이야.. 2025. 4. 22.
“촉촉한 빗소리와 함께 떠오른 어린 시절의 풍경” 쏟아지는 비 속에서문득 낭만을 느낀다.빗방울이 창을 두드릴 때마다가슴 한켠이 두근거린다. 어쩌면 이 설렘은어릴 적 기억에서 비롯된 건지도 모른다.비가 내리면 흙냄새와 눅눅한 공기가 코끝을 간질인다.누군가는 퀴퀴하다고 하겠지만내겐 그 냄새가 그리움이다. 비닐우비 입고 논일하던 이웃들,빗속에서 흥얼거리며 벼를 심던 풍경.지금 생각해보면 모두 정겨운 장면이었다. 어른들은 말했다.“비 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다.”그 말을 그대로 믿고축구공을 찾던 어린 시절.비 오는 날 공 차는 게 뭐가 이상하냐며고개를 갸웃거리던 순수함.그 순수함이 지금은 그립기만 하다. 중·고등학교 시절,낡은 코트 하나 걸치고시집 한 권 들고비를 맞으며 등하교하던 나.비에 젖은 채모든 고민을 짊어진 듯 걸었다.돌이켜보면 웃음이 나지만그 시절만의.. 2025. 4. 22.
“말라버린 북어처럼 지친 너에게” 어머니가 아침 여섯 시, 부엌은 아직 어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시간.나는 북어 한 마리를 꺼낸다.찬물에 담그니 바삭하게 말랐던 몸이 천천히 풀려간다.시장 골목에서 골라 들고 온 그 순간이 떠오른다.손바닥보다 조금 큰, 잔잔한 주름이 선한 녀석이었다.오늘은 이 녀석으로 너를 위로해주려 한다. 어제도 문 소리가 새벽녘에야 들렸지.술 냄새에 말은 없었지만,너의 굽은 어깨가 말해주더라.세상 밖이 얼마나 버거웠는지를.솥에 참기름을 두르고 북어를 달달 볶는다.고소한 냄새가 퍼질 때 마늘을 넣고, 대파를 송송 썰어 넣는다.끓기 시작한 국물에 달걀을 풀며 나는 생각한다.이 국 한 그릇이오늘 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덥혀주면 좋겠다고. 잠결에 눈 비비며 주방에 나온 너는아직 어제의 그림자를 짊어진 채 앉는다.국물 한 숟갈 떠넣는 그.. 2025. 4. 21.
외나무다리에서 나를 만나다 어느 날,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라디오도, 휴대폰 알림도, 사람들의 말소리도 멈춘 듯했다.세상이 갑자기 정지된 것 같은 그 순간, 나는 침묵과 적막 속에 홀로 서 있었다.이 고요는 마치 오래된 우물 속에 가라앉은 돌처럼 무겁고 깊었다.그 적막이 길어질수록 마음속엔 낯선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그것은 뼈저린 외로움이었다. 사람들은 종종 혼자 있는 시간을 "휴식"이라 부르지만,어떤 고요는 안식을 주기보단, 내면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만든다.그 순간, 나는 외나무다리 위에 서 있는 나를 떠올렸다.위태롭고 좁은 그 다리 위에서, 나는 나 자신과 마주 서 있었다.그곳에는 회피도, 핑계도 통하지 않았다.억지로 웃으며 괜찮은 척할 필요도 없고,누군가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나를 꾸며야 할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 2025. 4.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