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든 학교를 떠납니다
32년 전, 저는 작은 두 발로 이 교정에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그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법도 몰랐고,언제 칠판을 닦아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숨 쉬듯 교실로 향했고,가르친다는 이름으로,배우는 나날이었습니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흘렀습니다.계절이 몇 번 바뀌는 사이,저는 이 교정에서 젊음을 묻고,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늙었습니다. 교실 한켠의 책상 위에는지나간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고,교무실의 웃음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그 모든 날들이, 제 삶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심신이 지쳐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가르침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이제는 나의 자리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때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담담히 이 길을 떠나기로 했..
2025. 4. 16.
희망의 잎사귀는 마지막에 매달려 있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끝,어느덧 누렇게 마른 잎 하나가 남아 있다.떨어질 때가 지난 듯 보이지만,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누구나 마음속에 그런 잎새 하나쯤은 달고 산다. 한때는 푸르렀고, 바람 따라 흔들리며 햇살을 받았던 그 잎.이제는 주름지고 바스러질 듯하지만,이상하게도 끝내 떨어지지 않는다.떨어지는 일은 어쩌면 쉬울지 모른다.체념하고, 놓아버리고, 등을 돌리면 된다.그러나 그 잎은 스스로를 놓지 않는다.질기게, 미련하게, 흔들려도 끝내 붙잡고 있다. 삶도 그렇다.벗어나고 싶은 고통, 잊고 싶은 절망,그러나 정작 그 속에서삶은 비로소 향기를 띤다.지워지지 않는 주름과 얼룩 속에서진짜 삶이 비로소 스며든다. 젊은 날에는 떨어질까 두려웠다.무너질까봐, 잃을까봐,쥐고 있는 것들을 더 세게 쥐었다.하지..
2025.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