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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157

이제, 정든 학교를 떠납니다 32년 전, 저는 작은 두 발로 이 교정에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그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법도 몰랐고,언제 칠판을 닦아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숨 쉬듯 교실로 향했고,가르친다는 이름으로,배우는 나날이었습니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흘렀습니다.계절이 몇 번 바뀌는 사이,저는 이 교정에서 젊음을 묻고,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늙었습니다. 교실 한켠의 책상 위에는지나간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고,교무실의 웃음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그 모든 날들이, 제 삶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심신이 지쳐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가르침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이제는 나의 자리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때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담담히 이 길을 떠나기로 했.. 2025. 4. 16.
당신의 손길이 있어 학교는 따뜻했습니다 – 윤준호 님께 드리는 헌시 고요한 새벽, 누구보다 먼저 문을 여셨고어두운 밤이면 마지막으로 불을 끄고 나가셨습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학교를 지켜오신당신의 손에는 언제나 흙먼지가 묻어 있었고당신의 등에선 땀 냄새보다 따뜻함이 먼저 풍겼습니다. 25년.그 긴 세월 동안누구도 알아채지 못한 사이당신은 학교의 나사 하나, 바퀴 하나가 되어쓸고 닦고, 고치고 메우며묵묵히 학교를 굴려주셨습니다. 어떤 날은 바람이 거셌고어떤 날은 하늘마저 무심했지만당신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습니다.누가 부탁을 해도, 하지 않아도당신은 언제나 먼저 움직이셨습니다. 고장 난 문의 삐걱임,넘어진 아이의 울음소리,멀어진 마음 사이에 맺힌 갈등의 틈까지도당신은 조용히 다가가 살폈습니다. 누군가는 보지 못했고누군가는 당연하게 여.. 2025. 4. 16.
"운의 얼굴을 마주할 때, 사람은 따뜻해진다" 안녕하세요?낭만서생 방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우리는 스스로의 성취를 얼마나 '실력'이라고 믿고 살아가는 걸까요.그리고 그 믿음은, 진실일까요? 물론 우리는 열심히 살아왔습니다.밤늦게까지 책을 읽고, 사람들과 부딪치며, 고개 숙이고 노력도 했습니다.그러나 마음 한켠에는 이런 물음이 늘 따라옵니다.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 정말 나의 힘일까? 어떤 이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같은 시대를 살면서도, 어떤 이는 기회의 문 앞에서 자라났고어떤 이는 그 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자라납니다.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따뜻한 밥을 먹고,누군가는 평생 그 따뜻함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갑니다.이 차이는, 과연 개인의 ‘노력’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있을까요? 생각해보면노력할 수 있는 체력도,.. 2025. 4. 16.
신의 길, 기적을 체험하다 오늘은 수능 날이다.국가 차원의 대사, 아이들의 인생이 달린 전장.나는 그 한복판에 선 수능 감독관이다.책임감은 천근만근.스트레스는 심장까지 파고들고, 머릿속엔 ‘지각은 곧 국가 반역’이라는 경고음만 울린다.아침 7시 30분까지 입실, 출근이 아니라 출정이다.겨우 눈을 뜨고,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거리로 나섰다. 나라가 움직인다.직장인들 출근은 늦춰졌고, 경찰 오토바이는 수험생들을 태우고 질주한다.나도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에 올랐다.차는 미끄러지듯 나아갔다."오늘 느낌이… 왠지 불길해."불길한 예감은 늘 틀리지 않는다. 시험장을 3km 앞두고 차가 멈췄다.정체가 시작된 것이다.시계를 본다.입실 마감까지 남은 시간, 단 17분.앞으론 수백 대의 차, 뒤로는 끝도 없는 고뇌.나는 점점 숨이 막히고, 이마.. 2025. 4. 16.
🌸 사랑하는 1학년 1반 친구들에게 🎉 2025년, 새해가 밝았어요!2025년 새해가 힘차게 첫 발걸음을 내딛었구나.세상 곳곳에서 새해 인사가 오가는 지금,선생님도 사랑하는 1학년 1반 친구들에게 꼭 새해 인사를 전하고 싶단다.💖 짧았지만 깊었던 인연비록 너희와 함께한 시간은 단 4일이었지만,그 안에서 선생님은 너무도 큰 사랑을 받았단다.담임 선생님이 아니었기에 더 많은 것을 챙겨주지 못한 점,그리고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어.🌈 선생님이 느낀 행복그 짧은 만남 속에서도 선생님은 참으로 행복했단다.퇴직한 할아버지 선생님이 어디에서 또다시그렇게 순수하고 맑은 눈망울들을 만날 수 있었겠니?혹시 너희가 허락해 준다면,담임 선생님과 함께 **‘영원한 1학년 1반의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단다.🌼 가장.. 2025. 4. 15.
희망의 잎사귀는 마지막에 매달려 있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끝,어느덧 누렇게 마른 잎 하나가 남아 있다.떨어질 때가 지난 듯 보이지만,아직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누구나 마음속에 그런 잎새 하나쯤은 달고 산다. 한때는 푸르렀고, 바람 따라 흔들리며 햇살을 받았던 그 잎.이제는 주름지고 바스러질 듯하지만,이상하게도 끝내 떨어지지 않는다.떨어지는 일은 어쩌면 쉬울지 모른다.체념하고, 놓아버리고, 등을 돌리면 된다.그러나 그 잎은 스스로를 놓지 않는다.질기게, 미련하게, 흔들려도 끝내 붙잡고 있다. 삶도 그렇다.벗어나고 싶은 고통, 잊고 싶은 절망,그러나 정작 그 속에서삶은 비로소 향기를 띤다.지워지지 않는 주름과 얼룩 속에서진짜 삶이 비로소 스며든다. 젊은 날에는 떨어질까 두려웠다.무너질까봐, 잃을까봐,쥐고 있는 것들을 더 세게 쥐었다.하지.. 2025.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