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이 주는 위로, 놓아주는 법을 배우다”
어릴 적, 나는 손에 힘을 꽉 주고 살아갔다.무엇이든 꽉 잡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첫 월급명세서, 사랑, 기회, 인정…놓치지 않으려 손끝이 하얗게 질릴 만큼 쥐고 있었다. 그러다 요즘, 문득 내 손이 자꾸 느슨해진다는 걸 느낀다.아니, 그냥 다 펴버릴 때도 있다.그게 바로 나이 든다는 느낌이다. 며칠 전, 물건을 찾다가 낡은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젊은 시절, 나는 분명 저기 있었다. 날카로운 턱선.방향을 몰라 흔들리던 눈빛. 그때의 나는 달리고 있었고,지금의 나는 가만히 서서지나온 풍경을 오래 바라본다. 요즘 내 시야는 흐릿하다.글씨는 번지고,한 문장을 끝내기 전에 앞줄을 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기억의 색깔은 오히려 선명해진다. 1991년 겨울,엄마가 삶아준 고구마를 손에 쥐여주며 말했..
2025.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