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아침이었다.
젖은 도로 위로 햇살이 스며들고
고속도로는 여느 때처럼 분주했다.
차들이 쉼 없이 달리고
나도 그 흐름 속에 섞여 있었다.
그때,
길 한복판에 작은 비둘기 한 마리가 있었다.
몸은 젖어 있었고
한쪽 날개는 기이하게 꺾여 있었다.
비둘기는 몸을 일으켜보려 애썼다.
하지만 날개도, 다리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차들은 그 곁을 지나쳤고
내 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순간 발을 떼려 했지만
곧 다시 액셀을 밟았다.
비둘기는 말이 없었지만
그 눈빛은 분명 무언가를 외쳤다.
"신이시여…"
침묵 속의 절규가
귓가에 남았다.
백미러 너머
작은 몸짓은 점처럼 작아졌다.
그리고 이내 사라졌다.
그 길가엔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붉고 화사하게,
방금의 장면을 아무 일 없던 듯 덮고 있었다.
오늘 아침,
나는 저주받지 않았다.
내 차는 무사히 목적지에 닿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 어딘가에
묻지 못한 물음 하나가 남았다.
그 작은 외침을 지나쳐온 하루,
과연 아무 일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관련글 보기
사랑의 매라는 이름의 체벌, 그 불편한 진실
– 한 시대, 한 교육자의 회고록 1960년대 중반, 나는 여덟 살의 꼬마였다.머리엔 부스럼이 앉았고, 오른쪽 가슴엔 어머니가 꿰매주신 손수건이 달려 있었다. 흐르는 콧물을 닦으라고 달아주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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