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인생 성찰 에세이를 쓰려니, 먼저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오늘을 내 뜻대로 살았는가. 아니면 남의 기대를 내 마음인 줄 알고 따라갔는가.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말한다. 위로가 필요할 때는 제법 쓸모 있는 말이다. 그러나 오래 살아보니, 정답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시험지처럼 하나의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놓치지 말아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젊을 때는 앞만 보았다. 빨리 가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인 줄 알았다. 남보다 뒤처질까 염려하며 바쁘게 걸었지만, 정작 어디로 가는지는 자주 묻지 않았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삶을 원하는가라는 질문은 늘 급한 일 뒤로 밀렸다.
나이가 들면 시간의 표정이 달라진다. 달력에는 여전히 서른 날이 적혀 있지만, 한 달은 전보다 빨리 접힌다. 그제야 알게 된다. 인생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무엇을 위해 시간을 썼는가로 남는다는 것을.
첫째는 나답게 사는 일이다. 남의 눈에 그럴듯한 삶이 내 마음에도 좋은 삶인 것은 아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오래 붙들고 있으면 성실해 보일 수는 있어도 행복해지기는 어렵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제멋대로 산다는 뜻이 아니다. 내 마음의 목소리를 남의 박수보다 먼저 듣는 일이다.
둘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시간을 쓰는 일이다. 우리는 가족을 위해 일한다고 말하면서, 일 때문에 가족과의 시간을 미룬다. 참 묘한 계산이다. 돈은 나중에 벌 수도 있지만 함께 먹을 저녁과 잡아줄 손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황혼의 길목에서 끝내 남는 사랑과 아내의 손을 생각하면, 성공보다 온기가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셋째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 일이다. 고맙다는 말을 아끼고, 미안하다는 말을 미루고, 사랑한다는 말을 쑥스럽다며 삼킨다. 감정도 저축이 되는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전하지 않은 마음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만 불어난다.
넷째는 사람과 연결되어 사는 일이다. 오래된 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거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지 않다. 자존심 몇 그램만 내려놓으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 몇 그램을 들고 가느라 인연 하나를 놓치기도 한다. 관계는 거창한 약속보다 안부 한마디로 이어진다.
마지막은 지금 행복을 허락하는 일이다. 우리는 행복에도 자꾸 조건을 붙인다. 일이 끝나면, 돈이 모이면, 걱정이 사라지면 행복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걱정은 퇴직하지 않는다. 하나가 물러가면 다른 하나가 출근한다.
행복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뒤에 받는 상장이 아니다. 햇볕 좋은 날 창문을 여는 일, 따뜻한 밥을 천천히 먹는 일, 곁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는 일이다. 은퇴 후에야 발견한 삶의 작은 행복처럼, 행복은 멀리 숨어 있는 보물이 아니라 바쁜 마음이 지나쳐버린 일상에 가깝다.
“행복해도 된다는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이 문장은 늦게 도착한 편지 같다. 읽는 순간 마음이 저리지만, 아직 숨 쉬고 있다면 답장을 쓸 시간은 남아 있다.
좋아하는 일을 조금 더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한 끼를 더 먹고, 미안한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밀면 된다. 거창하지 않다. 인생의 정답은 대개 짧다. 우리가 핑계를 길게 쓸 뿐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감히 말한다. 인생에 정답은 있다. 나답게 살 것.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나눌 것. 마음을 표현할 것. 소중한 인연을 지킬 것. 그리고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말 것.
언젠가 삶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조금 더 가질걸”보다 “참 잘 사랑했구나”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 나는 정답에 얼마나 가까이 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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