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도토리가 툭

툭.
가을 숲에
작은 침묵 하나 떨어졌다.
도토리는
나무가 놓아준 생이었다.
찬 흙에 묻혀
제 몸을 천천히 허물고
어둠 깊이 뿌리를 내렸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때로 자신을 깨뜨리는 일.
겨울은 오래도록
그 작은 균열을 덮었다.
그러나 도토리는
빛이 없는 곳에서도
위로 자라는 법을 잊지 않았다.
먼 훗날
그 자리에 나무 한 그루 서고
가을이 다시 깊어질 때
툭.
한 생이 떠난 자리에서
또 다른 생이
침묵의 무게를 이어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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