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이름 곁에 새벽이 앉았다

방 안에 남은 찬 공기를 마시며
지워진 이름의 자리를
손끝으로 짚었다.
이름 하나마다
먼지가 조금씩 묻어났다.
밤이 바닥까지 내려앉자
문틈의 어둠 한쪽이
천천히 푸르게 젖었다.
나는 그것이 새벽인 줄 모르고
식은 물잔 곁에 손을 둔 채
잠들어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오지 않던 것은
기다림을 잊은 뒤에야
문을 건너오는 모양이었다.
눈을 떴을 때
손끝에 묻었던 이름 몇 개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먼 길을 온 새벽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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