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돈을 쓰는 기준은 다르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데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는 좋은 옷을 사는 데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나는 조금 다르다. 먹는 것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입는 것에도 욕심이 많지 않다. 배가 부르면 되고, 몸이 편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커피 한 잔에는 인색하지 않다.
평소라면 식사 한 끼 값과 맞먹는 커피값을 아깝게 여길 사람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시는 커피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사는 것은 커피가 아니라 그 시간을 품은 풍경이고, 마음의 여유이며, 함께하는 추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자주 찾는 곳이 있다.
집에서 조금 멀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는 곳, 바로 시화나래 달전망대다.
시화나래 달전망대는 시화방조제 중간에 자리한 전망 명소다. 높이 약 75미터의 전망대에 오르면 서해와 시화호, 시화호조력발전소, 시화방조제가 한눈에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인천 방향까지 시야가 열린다. 여러 번 찾았지만, 같은 풍경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우리 부부에게는 이곳에서의 작은 순서가 있다.
먼저 2층 한식당 카페동이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름은 카페지만 정갈한 한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따뜻한 집밥 같은 한 끼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더욱 마음이 간다. 여행지에서 비싼 음식을 먹는 것보다 정성껏 차려낸 한 끼가 더 오래 기억된다는 사실을 이곳에서 자주 느낀다.
식사를 마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25층 전망대로 올라간다.
문이 열리는 순간, 가장 먼저 서해가 눈에 들어온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늘 새롭다. 땅에서 보던 바다보다 더 넓고, 더 깊고, 더 고요하다.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주문한다. 예전에는 이루나 카페였고 지금은 파스쿠찌가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상호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이 카페의 가장 큰 메뉴이기 때문이다.
창밖에는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고, 햇살을 받은 바다는 은빛 비늘을 펼쳐 놓은 듯 반짝인다.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거대한 거울처럼 고요하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파도가 살아 있는 생명처럼 쉼 없이 움직인다. 계절마다, 날씨마다, 시간마다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서해의 매력이다.
전망대를 천천히 한 바퀴 걸으면 시화호와 시화호조력발전소가 함께 눈에 들어온다.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세계적인 규모의 조력발전 시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힘을 빌려 살아가는 지혜를 보는 것 같아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그 풍경 앞에 서 있으면 문득 사람의 삶도 바다와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고, 채워지는 날이 있으면 비워지는 날도 있다. 늘 가득 차 있기만 한 삶은 없다. 비워낼 줄 알아야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바다는 아무 말 없이 가르쳐 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이다.
노을은 바다 위에 하루를 천천히 접어 놓는다. 붉게 물든 하늘 아래 서해는 황금빛 길을 만들고,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그 풍경을 담는다. 하지만 눈으로 담은 풍경만큼 오래 남는 사진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말없이 커피를 마신다.
굳이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침묵도 하나의 대화가 된다.
사람들은 행복을 멀리에서 찾으려 한다. 비싼 여행, 화려한 음식, 값비싼 선물에서 행복을 기대한다. 물론 그것들도 소중하다. 그러나 나에게 행복은 조금 다르다.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고, 전망 좋은 곳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사랑하는 사람과 서해를 바라보는 한 시간.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여전히 돈을 아끼며 산다.
먹는 것에도, 입는 것에도 크게 욕심이 없다.
하지만 시화나래 달전망대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만큼은 단 한 번도 비싸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산 것은 커피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해의 바람을 샀고,
노을을 샀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한 시간을 샀다.
그 한 시간은 어떤 비싼 물건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화나래 달전망대로 간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것이 아니다.
풍경을 마시러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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