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라고 말해준 건 햇살도, 타인도 아닌 자기돌봄이었다”
현관 앞, 말라죽은 화분 하나가 있다.물도 못 먹고, 볕도 못 받았을 그 화분은한때는 꽃을 피우던 화분이었다.사실, 나도 그렇다. 한때는 꽃을 피우던 사람이었다.누군가의 말에 쉽게 웃고,길가에 핀 민들레를 보고 괜히 기분 좋아하던 사람.그런데 요즘 나는,물도 못 먹고, 볕도 못 받고 있었다.누구 탓일까? 직장? 인간관계? 바쁜 일정?그것보다 더 오래 나를 갉아먹은 건,‘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내 습관이었다.남들 챙기느라 지쳐 돌아온 밤, 전자레인지에 돌린 밥을 허겁지겁 먹으며나는 나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다.“괜찮았어?”, “힘들진 않았어?”그 당연한 안부 하나 없이,나는 나를 돌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그 화분을 쓰레기봉투에 넣으려다 멈췄다.줄기를 만져보니 아직 단단했다.잎은 다 떨어졌지..
2025. 7. 13.
"찬물샤워의 건강효과, 그 시작은 시골 등목이었다"
여름이었다.햇살은 이글거리고, 바람은 숨을 죽인 채 나뭇잎 하나 흔들지 않았다.나는 벌겋게 달궈진 마당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놀다, 지쳐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얘야, 더워 죽겠지? 등 좀 식히자!” 잠시 후, 우물에서 퍼온 찬물이 담긴 양동이가 등장했다.나는 도망칠 타이밍을 놓쳤고, 그대로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찰싹’. 등허리를 타고 내려온 그 한 바가지.숨이 멎을 듯한 그 찬물은, 단지 몸을 식히는 것을 넘어뇌 속까지 번쩍 깨우는 듯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깨어난다, 살아난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그것이 내 인생 첫 번째 '찬물샤워'였다. 이름도 없고 과학도 없던 시절,할머니는 그걸 그냥 “등목”이라 불렀다.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히 시원하다고만 할..
2025.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