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능 날이다.
국가 차원의 대사, 아이들의 인생이 달린 전장.
나는 그 한복판에 선 수능 감독관이다.
책임감은 천근만근.
스트레스는 심장까지 파고들고, 머릿속엔 ‘지각은 곧 국가 반역’이라는 경고음만 울린다.
아침 7시 30분까지 입실, 출근이 아니라 출정이다.
겨우 눈을 뜨고,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거리로 나섰다.
나라가 움직인다.
직장인들 출근은 늦춰졌고, 경찰 오토바이는 수험생들을 태우고 질주한다.
나도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에 올랐다.
차는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오늘 느낌이… 왠지 불길해."
불길한 예감은 늘 틀리지 않는다.
시험장을 3km 앞두고 차가 멈췄다.
정체가 시작된 것이다.
시계를 본다.
입실 마감까지 남은 시간, 단 17분.
앞으론 수백 대의 차, 뒤로는 끝도 없는 고뇌.
나는 점점 숨이 막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절대 지각하면 안 돼… 이건 아이들의 인생이 걸린 일…’
나는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여 기도했다.
정말로, 태어나 처음으로 절박하게 신께 기도했다.
"신이시여, 길을 열어주소서…
단 5분만, 제발… 제발…"
그리고 기도를 마치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정체로 꽉 막힌 도로 앞에.
뻥 뚫린 빈 길.
조용히 열려 있던 그 한 줄기 구원.
나는 아무 말 없이 악셀을 밟았다.
본능이었다.
마치 신이 "이리 오라"고 손짓한 듯.
그렇게 나는 신의 길로 향했다.
숨을 죽이고 달리고, 달리고,
아슬아슬하게… 무사히 도착.
도장 찍듯 출석 완료.
그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나는 오늘 기적을 체험했다.
분명 신이 나를 구원해주셨다.
나는 그 길을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신의 길.
…
하지만 경찰은 그 길을 이렇게 부르더라.
“갓길 주행, 범칙금 6만 원입니다.”
범칙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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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가 사람잡네"
―올챙이 적 생각 못 하는 세상에서 초봄, 부슬비 내리는 날.무논 한 자락에서 알알이 까맣던 게 꿈틀거렸다.몸통도 아닌 게 통통, 꼬리 하나 달랑 흔들며논 물 위를 쓱쓱 미끄러져 다니던 그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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