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진 이름 곁에 새벽이 앉았다 | 기다림과 새벽에 관한 시

지워진 이름 곁에 새벽이 앉았다

 

방 안에 남은 찬 공기를 마시며
지워진 이름의 자리를
손끝으로 짚었다.

이름 하나마다
먼지가 조금씩 묻어났다.

밤이 바닥까지 내려앉자
문틈의 어둠 한쪽이
천천히 푸르게 젖었다.

나는 그것이 새벽인 줄 모르고
식은 물잔 곁에 손을 둔 채
잠들어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오지 않던 것은
기다림을 잊은 뒤에야
문을 건너오는 모양이었다.

눈을 떴을 때
손끝에 묻었던 이름 몇 개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곁에
먼 길을 온 새벽이
말없이 앉아 있었다.

 

♣

*관련글 보기

[제주 더 시에나 리조트] 비싼 여행이 평생의 추억이 되기까지

요세미티에서 배운 것들: 자연, 침묵, 그리고 사람

무덤길 위에 걸린 쌍무지개, 떠난 이와 남은 이의 이야기

 

선비천사의 브런치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선비천사 브런치 바로가기

♤ 이 글이 마음에 남으셨다면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나눠주셔도 고맙겠습니다.
카카오뱅크: 3333-35-3671093 (방철호)


이 글들을 엮어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라는 전자책으로 만들었습니다.
👉 전자책 보러 가기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