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길을 만든다
매일 우리는 길을 나선다.학교로, 일터로, 혹은 잠시 마실삼아.늘 같던 골목, 변함없는 신호등, 무심히 스쳐 지나던 건물들.그 일상이 어느 봄날, 조용히 바뀐다. 문을 열고 나선 순간,벚꽃이 세상을 점령한 듯 피어 있다.나무마다 소복소복 꽃이 올라앉고,그 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흩날릴 땐마치 하늘이 웃고 있는 것만 같다. 참 신기하다.그저 걸어가던 길이어느새 동화 속 풍경이 되어 있다. 사람들은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하루에도 수천, 수만의 발걸음.그 중 누구는 걸음을 늦추고,누구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누구는 말없이 바라보다,잠시 웃는다. 나는 생각해본다.그 미소 하나, 따뜻한 감정 하나.그 작은 조각들이 모이면이 세상도 조금은 순해질 수 있을까. 화내던 말투가 조금 누그러지고,굳었던 이마에 여유..
2025. 4. 16.
이제, 정든 학교를 떠납니다
32년 전, 저는 작은 두 발로 이 교정에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그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법도 몰랐고,언제 칠판을 닦아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숨 쉬듯 교실로 향했고,가르친다는 이름으로,배우는 나날이었습니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흘렀습니다.계절이 몇 번 바뀌는 사이,저는 이 교정에서 젊음을 묻고,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늙었습니다. 교실 한켠의 책상 위에는지나간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고,교무실의 웃음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그 모든 날들이, 제 삶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심신이 지쳐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가르침의 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이제는 나의 자리를 다음 세대에 물려줄 때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담담히 이 길을 떠나기로 했..
2025.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