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우리는 길을 나선다.
학교로, 일터로, 혹은 잠시 마실삼아.
늘 같던 골목, 변함없는 신호등, 무심히 스쳐 지나던 건물들.
그 일상이 어느 봄날, 조용히 바뀐다.
문을 열고 나선 순간,
벚꽃이 세상을 점령한 듯 피어 있다.
나무마다 소복소복 꽃이 올라앉고,
그 꽃잎들이 바람을 타고 흩날릴 땐
마치 하늘이 웃고 있는 것만 같다.
참 신기하다.
그저 걸어가던 길이
어느새 동화 속 풍경이 되어 있다.
사람들은 오늘도 이 길을 걷는다.
하루에도 수천, 수만의 발걸음.
그 중 누구는 걸음을 늦추고,
누구는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는다.
누구는 말없이 바라보다,
잠시 웃는다.
나는 생각해본다.
그 미소 하나, 따뜻한 감정 하나.
그 작은 조각들이 모이면
이 세상도 조금은 순해질 수 있을까.
화내던 말투가 조금 누그러지고,
굳었던 이마에 여유가 스며든다면
그건 분명 꽃이 일으킨 일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한 송이 꽃이 바꾸었다면,
그건 봄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고운 기적이다.
마음이 지치고 삶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에는
크게 애쓰지 않아도 좋다.
그냥 창문을 열고,
그 나무 위의 꽃을 바라보면 된다.
가끔은 그것만으로도 하루가 견딜 만해진다.
그래서 나도,
오늘은 문득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벚꽃이 참 예뻐.
당신도 꼭 한번 봐.”
그 짧은 한 줄에
내 마음에 핀 봄을 담고 싶었다.
함께 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
벚꽃 따라 걷는 길 끝에는
계절이 남긴 선물처럼,
우리가 잠시 잊고 살던 따뜻함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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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제 퇴근길,지하철 창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보다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했어요.낯선 얼굴 같았어요.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도정작 나를 들여다본 건 오랜만이었나 봅니다. 회사 동료가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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