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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

🐸"개구리가 사람잡네"

by 선비천사 2025. 4. 16.

―올챙이 적 생각 못 하는 세상에서

 

 

초봄, 부슬비 내리는 날.
무논 한 자락에서 알알이 까맣던 게 꿈틀거렸다.
몸통도 아닌 게 통통, 꼬리 하나 달랑 흔들며
논 물 위를 쓱쓱 미끄러져 다니던 그놈들.

 

참말로 순했다. 입도 작고, 배도 말캉말캉해서
누가 잡아도 "으응…" 소리 한 번 못 내던 올챙이들.

콩알만 한 몸뚱이에,
콧구멍 두 개, 대롱입 하나.
그거면 세상 다 가진 줄 알았던 때가 있었지.

 

그 시절엔 두엄 냄새도 고소했다.
물밑에서 쉴 새 없이 꼬리질하며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벼 잎 사이로
지나가는 참새 그림자 보고 놀라기도 하며,
그렇게 천진하게 살던 때였다.

 

그런데 말이지…
풀쩍 뛰고 싶은 마음이 간질간질한 거야.
뒷다리가 스멀스멀 돋더니,
조막손까지 따라 붙더라고.
그리고는, 꼬리를… 잘라버렸지 뭐냐.

꼬리 잘랐던 거다.
꼬리 잘랐던 거다.

 

그제서야 목청이 터졌지.
“개굴개굴!”
어찌나 잘 울던지.
그 울음소리가 논둑 넘어 장터까지 들리더란다.

 

근데 이놈들이 변하더니 점점 싸납다.
논가 애들한테 퉁퉁 거리며 으르렁대고,
웅덩이만 차지하면 거기가 자기 집이라네.

 

같이 놀던 올챙이 시절 친구들한테
눈도 안 마주치고 "어디서 논 물 들고 왔냐?" 하고.

아이쿠야, 개구리가 사람 잡네!

 

어릴 적 땐 한 움큼 잡히던 것들이
지금은 잡히면 벌떡 뛰어올라
낯선 혀나 발버둥으로 다 도망치지.


📍 우리는 다 올챙이였다

이 세상 모든 개구리들은
처음엔 올챙이였다.
그 누구도 뒷다리를 달고 태어난 이 없고,
허세 섞인 울음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시작한 이도 없다.
작고 말랑한 배로, 눈앞의 작은 세상이 전부였던 게다.

 

그런데 세상 좀 올라탔다고
꼬리 자르고 과거도 잘라버리니,
그 입이 커져서 자꾸 남을 물어뜯는다.

다리 달고 손 달아봐야
옛날 두엄 내음 잊으면 뭐하겠는가.
목청은 커졌지만 마음은 오그라들었지.
‘올챙이적 생각’을 잊어버린 자,
그가 진짜 개구리다.


🪵 교훈을 톡! 한 마디

누구든 지금 목청 높이고 있는 자여,
너도 처음엔 물에 젖은 흙덩이였다는 걸 잊지 마소.
꼬리 자르기 전에, 뒤를 돌아보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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