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다 과정이 아름다운 이유
비 오는 날, 우체국 앞을 지나가다한참을 멈춰 섰다. 유리창 너머, 봉투를 고르는 사람들.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이는 손끝.나는 오래전 한 장의 손편지를 떠올렸다.도착하지 않은, 그러나 내 마음에 오래 남은. 인생이 한 장의 편지라면,그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글의 끝맺음, 즉 결과일까.아니면, 꾹꾹 눌러쓴 그 과정일까. 나는 두 사람을 안다. A는 조용히 자신의 일터를 지키는 사람이다.하루의 시작을 문 여는 손끝으로 열고,유리창을 닦으며 하루를 반짝이게 만든다.말은 정직하고, 행동은 반듯하다. 하지만 그는 눈에 띄지 않는다.매출도 없다.그의 시간은 언제나 ‘과정’ 속에 머문다. B는 다르다.불쑥 나타나고, 말은 빠르다.화려한 언변과 적당한 과장이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그는 결과를 만든다.눈에 보이는 수치,..
2025. 8. 8.
“세상을 정화하는 건 쓰레기통이다”
집 구석, 언제나 같은 자리에 놓여 있던 쓰레기통이 있었다.뚜껑은 닫혀 있었지만,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먹다 남은 과일 껍질, 젖은 티슈, 찢어진 메모지.말하자면, 남들이 원치 않는 것들의 마지막 안식처였다. 어릴 땐 그 통이 무서웠다.냄새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안에는 왠지, 나의 어설픈 흔적들이 담겨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쓸모없다고 판단한 것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매일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통은 늘 가득 찼고, 또 비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말했다.“쟤는 그냥 쓰레기통이야.” 가볍게 던진 한마디였다.다들 웃었고, 나도 따라 웃었다. 하지만 그 말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쓰레기통이라… 그 말엔 무언가 묘한 이중성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쓰레기통은..
2025.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