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보이기보다, 들리기보다,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자주
그 느낌을 놓친다.
조용한 한숨,
말끝의 망설임,
괜찮다는 말 뒤에 숨은 떨림.
그 모든 신호가
한 사람의 하루가 얼마나 버거웠는지를
조용히 말해주고 있을지 모른다.
소나무를 본다.
언제나 푸르고,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나무.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그 자리를 지킨다.
사람들은 말한다.
“강하다”,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시간 속에서 조금씩 상처를 지우듯,
오래된 잎을 떨구고
조용히 새 생명을 준비한다.
푸름은 어쩌면
상처를 드러낼 수 없는 슬픔의 색.
묵묵히 버텨낸 생명력은
언제나 조용하다.
난초는 고상한 꽃이라 불린다.
사람들은 예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날 즈음,
난초는 햇빛도 닿지 않는 곳에서
혼자 조용히 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사시사철을 견디며 살아낸다.
그 향기는 기다림과 외로움의 결실이고,
그 고요함은 말 대신 내뱉은 생의 언어다.
대나무는 곧다.
휘어도 꺾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그 강직함을 칭송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비어 있다.
그런 비어 있는 곧음은
타인의 고통에 쉽게 무뎌질 수 있다.
툭툭 부러지는 삶의 가지들을 보며
“그럴 수도 있지”라 말하는 사람.
그 무심함은 위로가 아니라
더 깊은 상처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나무였고, 난초였으며, 대나무였던 적이 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조용히 견디는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도록.
혹시, 지금 당신 곁에도 그런 사람이 있지 않은가.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눈빛이 자꾸 멀어지는 사람.
말을 아끼는 게 아니라
할 말을 잃어버린 사람.
우리는 모든 마음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어쩌면,
‘알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어설픈 위로보다,
잠시 옆에 머물러 주는 일.
그 조용한 동행이
누군가의 하루를 다시 살아내게 할 수 있다.
세상은 끝내 들리지 않는 마음들로 가득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 마음을 향해
조용히 귀 기울이는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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