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에 관한 시 「옷」 | 구김에 남은 삶과 시간의 흔적

 

어깨선이 먼저
사람의 기울기를 배운다.

소매 끝은 조금씩 말려들고
단추 구멍을 드나든 손가락은
천 안쪽에
제 모양만 한 흔적을 남긴다.

구김은
그날을 바르게 세우려 애쓴 자리.

비가 오면
옷은 몸보다 먼저 젖고
천은 몸보다 먼저 차가워진다.

빛바랜 깃을 세워본다.

봉제선 사이로
느슨해진 실밥 하나.

몇 번의 계절이
이 작은 틈을 지나갔을까.

얼굴보다 먼저 바람을 맞은 옷.

손때 묻은 주머니를 뒤집자
구겨진 영수증 한 장과
작은 동전 하나가 떨어진다.

어디에서 무엇을 샀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도 나는
무언가를 사고
어딘가로 돌아왔을 것이다.

옷은 기억하지 않는다.

다만
닳은 곳으로 시간을 남기고
구겨진 곳으로 몸을 기억한다.

하루가 끝나고
옷을 벗는다.

벗어놓은 옷 한 벌이
방 한구석에
나처럼 누워 있다.

오늘 내가 기울었던 만큼
한쪽 어깨가 조금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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