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산 | 어머니의 염주와 숲의 침묵을 그린 현대시

붉은 산

 

붉은 산이 저물자
새들이 제 뼈를 접었다.

배를 붙여 기던 것들도
낙엽 한 장씩을 덮었다.

목이 쉰 목탁 소리가
고개를 넘어왔다.

어머니의 갈라진 손등에서
핏줄 하나가 산맥처럼 솟아 있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
염주 한 알이 넘어가지 못했다.

노루가 숲을 가로질렀다.
젖은 흙은 발자국을 받아 적고
곧 제 혀로 지웠다.

벌레 소리까지 끊긴 뒤
한 베개를 베던 사람들이 일어섰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목에
손을 얹었다.

맥박이 먼저 숲으로 들어갔다.

어머니의 손가락 사이에서
염주 한 알이 늦게 굴렀다.

그날 밤
붉은 산은 다 타고도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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