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10kg 감량 후 치킨을 먹었다 | 다시 걸으면 될 일

 

다이어트는 혼자 하는 일이다.

누가 대신 배고파해 줄 수도, 대신 걸어줄 수도 없다. 먹고 싶은 것을 앞에 두고 젓가락을 내려놓는 일도 결국 내 몫이다.

두 달 전, 체중계에 올라섰다가 한동안 숫자만 바라보았다.

바지는 숨을 참아야 겨우 잠겼고, 조금 가파른 언덕을 만나면 숨이 먼저 가빠졌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더는 모른 척하기 어려웠다.

그날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흰쌀밥을 줄이고 빵과 라면을 멀리했다. 채소와 닭가슴살을 먹고, 고구마 몇 조각으로 허기를 달랬다. 저녁이면 운동화를 신고 걸었다.

몸은 정직했다.

두 달 만에 10kg 감량에 성공했다.

허리띠 구멍이 두 칸 안쪽으로 들어갔다. 바지는 더 이상 숨을 참지 않아도 잠겼다. 무엇보다 언덕이 예전만큼 무섭지 않았다.

그래서 더 조심했다.

한 번 흐트러지면 어렵게 만든 습관까지 무너질 것 같았다. 먹는 것을 살피고, 체중과 걸음 수를 확인했다.

그날 저녁도 평소와 같았다.

채소와 닭가슴살로 식사를 마쳤다. 배가 부르지는 않았지만,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로 조금 모자란 배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식탁을 정리하던 아내가 말했다.

“여보, 날씨도 좋은데 한 바퀴 걸을까?”

나는 운동화를 신었다.

아내와 아파트 단지를 걸었다. 밤바람이 시원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바퀴가 금세 끝났다.

몸도 가벼웠다.

예전 같으면 숨이 찼을 길이었다. 이제는 아내보다 몇 걸음 앞서 걷다가 기다리기도 했다.

두 달 동안 10kg을 뺀 사람의 걸음이었다.

한 바퀴를 다 돌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도 완벽한 하루였다.

그런데 아파트 입구에서 아내가 걸음을 멈췄다.

나를 쳐다보더니 웃었다.

나는 그 표정을 안다.

불길했다.

“치킨…… 먹을까?”

발이 멈췄다.

두 달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흰쌀밥을 덜어냈던 저녁, 라면 냄새를 모른 척했던 밤, 빵집 앞에서 괜히 반대편을 보며 지나갔던 날. 그리고 수없이 먹었던 닭가슴살.

마지막에는 10kg이라는 숫자가 떠올랐다.

나는 아내를 바라봤다.

아내도 나를 바라봤다.

“……그래, 가자.”

두 달 동안 10kg을 빼는 데에는 수많은 결심이 필요했다.

그 결심을 흔드는 데에는 다섯 음절이면 충분했다.

치킨 먹을까.

치킨집 문을 열자 냄새가 먼저 달려왔다.

지난 두 달의 닭가슴살들이 잠시 억울해지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갓 튀긴 치킨과 생맥주 두 잔이 놓였다. 하얀 거품이 잔 위로 봉긋하게 올라와 있었다.

아내가 잔을 들었다.

나도 들었다.

짠.

차가운 맥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치킨 한 조각을 집었다.

바삭했다.

아주 바삭했다.

두 달 동안 먹은 어떤 닭보다 닭다웠다.

아내가 웃었다.

“맛있지?”

나는 대답 대신 한 입을 더 먹었다.

그날 밤 우리는 별것 아닌 이야기를 했다.

오늘 있었던 일, 집안 이야기, 지나가다 본 사람 이야기. 아내가 말하면 나는 들었고, 내가 말하면 아내가 웃었다.

평소 같으면 머릿속으로 계산했을 것이다.

몇 칼로리일까.

내일 얼마나 걸어야 할까.

체중은 얼마나 늘까.

그날은 세지 않았다.

치킨도, 칼로리도 세지 않았다.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 나는 숫자와 친해졌다. 체중, 허리둘레, 걸음 수, 칼로리.

10kg이라는 숫자는 지난 두 달을 견뎌냈다는 작은 증명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그날 밤 기억에 남은 것은 숫자가 아니었다.

아내가 웃던 얼굴이었다.

가게를 나왔다.

밤공기가 아까보다 차가워져 있었다.

아내와 집까지 천천히 걸었다.

배는 무거웠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현관 앞에 도착하자 내일 아침 체중계가 떠올랐다.

슬쩍 걱정됐다.

혼자 웃었다.

아내가 물었다.

“왜 웃어?”

“아니야.”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 어젯밤 치킨과 체중계가 동시에 생각났다.

잠시 망설이다 올라갔다.

숫자가 어제보다 조금 올라 있었다.

역시 몸은 정직했다.

한동안 숫자를 내려다봤다.

두 달 전에도 나는 같은 자리에서 체중계의 숫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와 다른 것이 하나 있었다.

이번에는 웃음이 났다.

체중계에서 내려왔다.

운동화를 신었다.

문을 열자 아침 공기가 들어왔다.

멀리 소래산 자락이 보였다.

어젯밤 아내와 먹은 치킨은 이미 어제가 되어 있었다.

나는 소래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조금 더 부지런히 걸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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