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찬 옹기는 두 번 울지 않는다 | 겨울 옹기와 시간에 관한 시

 

마당 구석, 검은 옹기 위로
겨울 볕이 얇게 걸린다.

깨진 기와 밑에는
지난 계절의 냄새가 남아 있다.

바람이 마당의 말을 몰고 와도
뚜껑 아래는 잠잠하다.

그늘이 옹기를 건너는 동안
소금은 안쪽에서 모서리를 얻고
무거운 것은 먼저 바닥을 찾는다.

바람이 옹기전을 스친다.
낮고 둔한 소리가 한 번 난다.

속이 찬 옹기는
두 번 울지 않는다.

겨울 볕이 기울고
옹기의 그림자가 길어진다.

아무도 열어보지 않은 동안
소금은 더 짜지지 않고
냄새만 조금씩 달라진다.

저녁이 와도
옹기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다.

뚜껑 가장자리에 맺힌 물 한 방울.

오래 매달려 있다가
제 안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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