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잎사귀 사이로
솔개 한 마리 기슭을 넘어간다.
오천 년 견뎌온 돌의 등 위
참새들은 햇살의 초침을
콕, 콕 쪼고 있다.
하늘을 지붕 삼던 날들,
창을 들고 들판을 달리던 피비린내도
시간이 지나면 그윽한 먹향이 되어
돌의 어깨마다
가만히 번져간다.
돌배꽃 지고 복사꽃 피면
시린 냇물에 가만히 발을 담그던 곳.
꽃잎 하나 툭 떨어질 때마다
까맣게 몰려들던 피라미 떼,
돌아갈 집도, 고향이라는 이름도 필요 없던
그 시절의 흑백 풍경이
어떤 빛깔보다 아득하고 깊다.
돌을 괴고
돌을 얹어서야
지상의 혼들은 비로소 잠이 들었다.
저 멀리 수직으로 솟은 유리의 절벽들,
높아질수록 적막을 키우는 유리의 방들.
오늘도 무거운 고인돌은
그 높고 헛헛한 도시를 향해
아무 말 없이 제 몸의 무게를 얹는다.
작품 감상
『고인돌』은 선사 유적을 소재로 하지만 과거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기억과 삶을 이어 준다.
침묵하는 돌이 가장 많은 말을 한다는 역설은 긴 여운을 남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오래 견딘 존재가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고인돌은 오늘도 아무 말 없이 우리에게 시간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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