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뱃길의 끝, 서해의 밀물이 들어오다

아라뱃길에서 길을 묻다

직각으로 잘린 둑.

콘크리트 벽을 짚으며
아라뱃길의 물이 흐른다.

수문 틈에서
낮은 물소리가 새고,

서해의 바람은
철골 교량을 건너
자전거 바퀴 살 사이를 빠져나간다.

정해진 폭과 깊이.
물은 곧은 수로를 따라
말없이 수문으로 간다.

어디까지가 강이었을까.

녹슨 계단 아래
검은 수면에 돌 하나 떨어진다.

파문은 둥글게 번지다가
콘크리트 벽에서 멈춘다.

해가 기울자
수문 아래 물이 조금씩 높아진다.

서해의 밀물이
인공 수로 안으로 들어온다.

잘린 물길의 끝에서
바다는 길을 묻지 않았다.

길을 묻던 자리까지
바다가 와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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