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경제적으로 ‘연비 좋은 사람’이다. 즉, 적은 돈으로도 효율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지향한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면 가장 먼저 가격표를 본다. 같은 두부라도 100원이 저렴한 것을 고르고, 세일 코너를 빠짐없이 살핀다. 할인 스티커가 붙은 상품을 찾는 것은 나의 일종의 의식처럼 느껴진다. 이런 습관은 자연스럽게 적은 수입에도 여유를 줄 것 같았고, 저축도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아무리 아껴도 돈이 남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 집에 나와 정반대의 경제 철학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아내는 ‘프리미엄 소비자’다. 그녀는 “좋은 물건은 제 값을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싼 거 사봤자 금방 망가져. 처음부터 제대로 된 걸 사는 게 더 낫지”라는 말은 그녀의 소비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품질의 제품을 구매하고, 현재의 만족과 편안함을 우선시한다.
이로 인해 우리 집에는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진다. 내가 절약해서 금고에 넣은 돈이, 어느새 유기농 채소나 프리미엄 수건으로 바뀌어 있는 것이다. 내가 아끼는 족족 아내가 현명하게 혹은 대담하게 써버린다. 나의 ‘절약형 금고’는 아내의 ‘고품질 소비’로 인해 비워진다. 우리의 가계는 늘 긴장감 있는 균형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소비 차이는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삶의 가치관과 철학, 그리고 어린 시절 형성된 세계관에 가깝다. 나는 어린 시절 절약의 미덕을 배웠다. 아버지는 양말에 구멍이 나면 기워 신으셨고, 어머니는 시장을 몇 바퀴씩 돌며 가장 싼 가격을 찾아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절약은 단지 좋은 습관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었다. 오늘을 절제함으로써 내일을 준비하는 삶, 그것이 나의 기준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생각한다. “평생 모은 돈, 결국 병원비로 의사만 배불린다.” 지금 쓰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말이 그냥 넘길 이야기가 아니다.
반면 아내는 ‘현재의 삶의 질’을 중시하는 철학을 지녔다. 금고가 비어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녀에게는 오늘의 행복이 내일의 불안보다 중요하다. 장모님께서 자주 하시던 말씀, “아끼다가 못 쓰고 죽으면 무슨 소용이냐”는 철학이 아내의 소비 방식에 녹아 있다. 이처럼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해석하고 실천해 나간다.
결국 이 둘은 공존한다. 내가 모으면 아내가 쓰고, 아내가 쓰면 나는 브레이크를 건다. 싸구려와 비싸구려는 갈등하지만, 동시에 보완 관계에 있다. 이는 우리 부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 모든 관계가 그렇다. 부지런히 일하고 모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재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 개미처럼 일하는 자와 베짱이처럼 노래하는 자는 이상하게도 서로를 필요로 한다.
나는 가끔 상상한다. 만약 싸구려형 사람끼리 만났다면? 돈은 많이 모였을지 몰라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하고 금고만 바라보다 인생이 끝났을 것이다. 반대로 비싸구려형 사람끼리 만났다면? 매일이 축제였겠지만 노후는 불안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싸구려와 비싸구려의 만남은 균형을 위한 우주의 섭리일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무게를 지닌 저울의 양쪽처럼.
나는 여전히 할인 상품을 찾는다. 전기 스위치를 틈틈이 끄고, 물을 받아가며 설거지한다. 아내는 여전히 프리미엄 브랜드 앱을 열고, 백화점 세일 정보를 빠르게 캐치한다. 그녀는 “이거 진짜 좋다더라”는 말과 함께 주저 없이 카드 결제를 한다. 우리의 소비 방식은 다르지만, 생활은 연결되어 있다.
내가 아껴 모은 돈은 아내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쓰고, 그녀가 산 물건은 결국 우리 모두의 삶에 도움을 준다. 내가 장바구니에 넣은 가성비 좋은 식재료는 그녀의 손에서 훌륭한 요리로 탄생한다. 그녀가 선택한 고급 조리도구는 그 과정을 더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준다.
이처럼 싸구려와 비싸구려의 동거는 충돌이지만 동시에 조화다.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받아들일 수는 있다. 각자의 소비 철학을 존중하고, 그것이 만드는 상호 작용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함께 살아가는 진짜 지혜가 아닐까.
오늘도 나는 마트 전단지를 펼치고, 아내는 프리미엄 쇼핑몰 앱을 연다. 우리의 소비 습관은 다르지만, 그래서 우리는 균형 있게 살아간다. 금고는 비었다가 차기를 반복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일상은 건강하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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