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든 학교를 떠납니다|32년 교직생활과 감동적인 교사 퇴임사 예문

32년 교직생활을 마친 교사의 감동적인 교사 퇴임사 예문

학교를 떠나는 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마지막 수업이 아니라 첫 출근의 문이었습니다.

32년 전, 저는 서툰 두 발로 이 교정에 들어섰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법도, 어느 순간 칠판을 닦아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교실에 서 보니 가장 많이 배우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 매일 교실로 향했습니다. 수업이 잘된 날에는 세상을 얻은 듯했고,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 앞에서는 작아졌습니다. 월급에는 적히지 않는 수고도 많았습니다. 그 시간을 견디며 알게 된 교직생활의 고단함과 인간관계의 무게도 이제는 제 삶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시간은 교문보다 빨랐습니다. 계절이 몇 번 바뀌는가 싶더니 머리에는 흰빛이 내려앉았습니다. 저는 학교에 젊음을 묻었고, 아이들의 웃음 속에서 천천히 늙었습니다.

교실 한쪽 책상에는 지나간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졸업장을 들고 웃던 얼굴, 야단맞고 입을 꾹 다물던 얼굴, 한참 뒤 어른이 되어 찾아온 얼굴이 그 속에 있습니다. 학생은 교사의 기억 속에서 좀처럼 졸업하지 않습니다.

분필에서 컴퓨터로, 공책에서 인공지능으로 세상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아이 한 사람을 믿어 주는 일만큼은 낡지 않았습니다. 세 번의 큰 물결을 건너온 교사의 시선으로 돌아보면, 교육은 지식을 건네는 기술보다 한 사람의 가능성을 오래 기다리는 마음에 가까웠습니다.

어느 날 문득 몸과 마음이 함께 지쳐 있음을 알았습니다. 가르침의 불씨는 남아 있었지만, 불씨를 지키려다 제 삶을 모두 태울 수는 없었습니다. 물러남도 책임이라는 생각에 명예퇴직을 택했습니다.

돌아보면 잘한 일보다 미안한 일이 먼저 떠오릅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동료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했고, 성급한 판단으로 아이의 마음을 놓친 날도 있었습니다. 그때 조금 더 기다렸더라면 어땠을까. 교직의 마지막에는 정답보다 질문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긴 세월을 무사히 걸을 수 있었던 것은 혼자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수업 뒤의 수많은 일을 묵묵히 맡아 준 분들, 지친 날 웃음을 건넨 동료들, 부족한 선생을 믿어 준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학교를 따뜻하게 지켜 준 손길에 전하는 감사를 떠올리면 퇴임이라는 두 글자는 헤어짐보다 고마움에 가까워집니다.

후배 선생님들께 거창한 부탁을 남기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아이를 성적표 한 장으로 다 읽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말썽 많은 아이에게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문장이 있습니다. 교사는 그 문장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곁을 지켜 주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감동적인 교사 퇴임사 예문을 찾는 분에게 제 이야기가 작은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좋은 퇴임사는 화려한 말의 모음이 아니라 함께한 사람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한 번 더 불러 보는 일이라 믿습니다.

낙엽 하나가 떨어진 자리에는 언젠가 새잎이 돋습니다. 제가 비운 자리에도 새로운 선생님의 목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이 채워질 것입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이제 저는 학교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갑니다. 출석부는 내려놓지만, 아이들에게 배운 마음까지 내려놓지는 못할 것입니다. 교사는 학교를 떠난 뒤에도 한동안 교사로 살아갑니다.

2023년 2월 7일
방철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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