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밴댕이회, 어머니의 손맛이 살아나는 6월 제철 음식 이야기

6월이 되면 나는 강화도로 간다.

누군가는 꽃을 보러 가고, 누군가는 바다를 보러 간다. 나는 밴댕이를 먹으러 간다.

정확히 말하면 밴댕이를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다. 밴댕이를 통해 어린 시절의 고향을 만나러 간다.

음식은 배를 채우지만, 어떤 음식은 시간을 불러낸다. 내게 밴댕이가 그렇다.

밴댕이는 5~6월이 가장 맛있는 제철 생선이다. 이 시기에는 살이 오르고 지방이 풍부해 고소한 맛이 절정에 이른다. 특히 강화도 앞바다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먹이가 풍부해 예부터 밴댕이 산지로 유명했다.

밴댕이에는 재미있는 별명이 있다.

‘밴댕이 소갈딱지.’

마음이 좁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지만, 원래는 밴댕이가 잡히면 금세 죽어버리는 습성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신선도가 중요하다. 그래서 진짜 생물 밴댕이회를 맛보려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강화도를 찾는다.

강화도는 내 고향이다.

그래서 밴댕이는 단순한 생선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풍경이고, 어머니의 손길이며, 가난했지만 따뜻했던 시절의 기억이다.

내가 어렸을 때 밴댕이는 흔한 생선이었다.

지금처럼 별미도 아니었고, 관광객들이 찾아와 줄을 서는 음식도 아니었다. 여름이 시작되면 생선 장수가 머리에 함지박을 이고 마을을 돌았다.

함지박 안에는 은빛 밴댕이가 가득 담겨 있었다.

어머니는 쌀 한 되를 내주고 밴댕이를 받아 오셨다.

그 시절 시골에서는 돈보다 쌀이 더 든든한 화폐였다.

어머니는 밴댕이를 손질한 뒤 굵은소금으로 절여 마당에 널어 두셨다.

햇볕 아래에서 하루, 이틀, 사흘.

밴댕이는 천천히 말라 갔다.

그러면 살 사이로 노르스름한 기름이 배어 나왔다.

그 기름은 여름 햇살이 만든 맛이었다.

어머니는 마른 밴댕이를 장작불 위에 올려놓았다.

잠시 후 지글지글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고소한 냄새가 골목을 따라 퍼졌다.

그 냄새를 맡으면 아이들은 저절로 부엌으로 모여들었다.

밴댕이는 잔가시가 많다.

가끔 가시가 목에 걸려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기도 했다.

그래도 또 먹었다.

맛있었기 때문이다.

바싹 구워진 밴댕이를 씹으면 먼저 뼈가 바삭하게 부서지고, 이어 고소한 기름기가 입안 가득 번졌다. 짭조름한 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지면 밥 한 공기는 금세 비워졌다.

냉장고가 넉넉하지 않던 시절, 밴댕이는 며칠 동안 우리 가족의 든든한 반찬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밴댕이를 먹으며 자란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정성과 수고를 먹으며 자란 것인지도 모른다.

세월은 참 빠르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함지박을 이고 다니던 생선 장수도 사라졌다.

마당에서 생선을 말리는 풍경도 보기 어렵다.

하지만 밴댕이만 보면 그 시절이 되살아난다.

사람은 늙어도 혀는 고향을 잊지 못하는 모양이다.

오늘도 아내와 함께 강화도 후포항 선수포구를 찾았다.

포구에는 갈매기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바닷바람은 짭조름했고, 선착장에 묶인 어선들은 잔잔한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관광객들의 웃음소리와 생선 손질하는 칼소리가 뒤섞이며 초여름의 항구를 만들고 있었다.

우리는 밴댕이 정식 코스를 주문했다.

잠시 후 밴댕이회가 나왔다.

은빛 살결이 윤기를 머금고 있었다.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부드러운 기름기가 혀끝에서 천천히 녹아내렸다.

광어나 우럭처럼 쫄깃한 식감은 아니지만, 밴댕이만의 진한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이 뒤따랐다.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왜 매년 밴댕이 이야기를 하는지 이제 알겠네.”

나는 대답 대신 웃었다.

말보다 맛이 더 잘 설명하는 것도 있다.

곧이어 회무침이 나왔다.

새콤달콤한 양념과 채소, 그리고 밴댕이가 어우러져 입맛을 깨웠다.

그리고 내가 가장 기다리던 밴댕이구이가 나왔다.

노릇하게 구워진 밴댕이를 한 점 떼어 먹는 순간, 어린 시절 장작불 냄새가 되살아났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생선을 뒤집던 모습이 떠올랐다.

맛은 기억의 창고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온 밴댕이 탕은 담백하면서도 달큰했다.

밴댕이를 곱게 다져 끓인 탕은 속을 편안하게 감싸 주었다.

밴댕이는 맛뿐 아니라 영양도 풍부하다.

오메가3 지방산과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 함량도 높다. 예부터 서민들의 건강을 책임진 영양식이었던 셈이다.

식사를 마치고 포구를 천천히 걸었다.

바다는 예전 그대로였다.

그러나 나는 많이 늙었다.

친구들은 흩어졌고, 부모님은 떠나셨다.

고향도 많이 변했다.

남은 것은 기억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밴댕이의 맛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가슴속에 한 가지 음식쯤은 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힘들 때 꺼내 보고,

그리울 때 찾아가고,

살아온 시간을 확인하게 해 주는 음식 말이다.

내게는 그것이 밴댕이다.

밴댕이는 잡히면 금세 죽는 생선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성질 급한 생선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상하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어머니가 구워 주시던 그 밴댕이의 맛은 아직도 살아 있다.

생선은 죽었지만 기억은 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내년 6월에도 다시 강화도로 갈 것이다.

밴댕이를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 맛 속에 아직 살아 있는 고향과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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