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버틴 삶이 마침내 자신을 울리는 순간 | 타종(打鐘)

황사바람 서슬 푸른 날
눈물부터 터뜨리지 않기로 한다.

바람이 쓸고 간 자리마다
붉은 모래가 뼈처럼 쌓이는데,

착하게 살겠습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

(야야, 지지 마라.
절대로 지지 말그레이.)

차-카-게.

입술 틈으로 깨져 나오는
음절마다 붉다.

견딘다는 것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일이 아니어서,

바람이 쇠를 때린 것이 아니다.

오래 버틴 삶이
마침내 저를 쳐

울린 것이다.

그제야 알았다.

사람도 너무 오래 견디면
제 몸 깊은 곳에 종 하나를 품는다는 것을.

 

*관련글 보기

고향 저수지에서 나는 시간을 주워 올렸다

소갈머리 없는 벤뎅이가 건네준 말

꽃을 수놓은 뱀 – 노인의 눈으로 본 진실

 

선비천사의 브런치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선비천사 브런치 바로가기

이 글이 마음에 남으셨다면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을 나눠주셔도 고맙겠습니다.
카카오뱅크: 3333-35-3671093 (방철호)


이 글들을 엮어
『바람이 지나간 자리엔 마음이 남았다』라는 전자책으로 만들었습니다.
👉 전자책 보러 가기 →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