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신발을 벗기며|타이어 교체 시기와 수명이 알려준 안전의 의미

도로 위의 신발을 벗기며

자동차의 시동을 걸면 미세한 진동이 핸들을 타고 손바닥으로 전해진다. 그 진동이 끝나는 지점, 차가운 아스팔트와 맞닿은 곳에는 언제나 네 켤레의 검은 신발이 있었다. 출퇴근길의 분주한 아침도, 주말의 느긋한 오후도 묵묵히 버텨낸 오래된 쏘나타의 타이어다.

어느 날 아침, 아내가 코스트코에서 타이어 할인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한 개에 131,900원. 네 개를 모두 교체하면 10만 원 상품권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생활비를 먼저 생각하는 아내 덕분에 미뤄 두었던 숙제를 꺼내 들었다.

문득 마지막으로 타이어를 교체한 날이 떠올랐다. 통장 거래 내역과 차계부를 뒤져보니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 숫자를 보는 순간, 괜히 타이어가 미안해졌다. 그 긴 시간을 말없이 내 가족과 나를 실어 나른 존재였기 때문이다.

정비소 리프트가 차를 들어 올리고, 휠 렌치가 익숙한 기계음을 내며 볼트를 풀었다. 다섯 해 동안 도로를 굴러다닌 바퀴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정비공은 타이어를 손으로 눌러 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마모도 있지만 고무가 많이 굳었습니다. 교체하실 때가 됐습니다.”

우리는 타이어의 수명을 주행거리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타이어는 고무 제품이다. 많이 달리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내부의 유분이 빠져나가면서 고무가 단단하게 굳는다. 이를 경화(Hardening)라고 한다. 경화된 타이어는 접지력이 떨어지고, 특히 빗길에서는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 있다. 타이어는 달린 거리만큼, 흘러간 시간도 함께 늙어간다.

타이어 옆면에는 작은 글씨로 DOT라는 표시가 새겨져 있다. 그 뒤의 네 자리 숫자는 생산 시기를 뜻한다. 앞의 두 자리는 생산한 주차, 뒤의 두 자리는 생산 연도다. 예를 들어 2121이라면 2021년 21주 차에 만들어진 타이어다. 내 차의 타이어에는 다섯 해 전의 시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표면에는 가뭄 탄 논바닥처럼 잔금도 번져 있었다.

트레드 홈이 1.6mm 이하로 닳으면 일반적으로 교체 시기로 판단한다. 하지만 마모 한계선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고무는 노화된다. 자동차 제조사와 타이어 제조사는 주행거리뿐 아니라 사용 기간도 함께 점검할 것을 권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은 눈에 보이는 마모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새 타이어가 휠에 장착되는 동안 나는 탈거된 옛 타이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작업장의 시간은 사람의 감상보다 빨랐다. 정비공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낡은 타이어를 들어 올려 폐타이어 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긴 시간을 함께 보낸 신발은 그렇게 조용히 무대 뒤로 사라졌다.

문득 그들의 마지막 행선지가 궁금해졌다.

정비공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타이어 대부분이 다시 쓰인다고 말했다. 일부는 시멘트 공장의 대체 연료가 되고, 일부는 잘게 분쇄되어 고무 분말로 재활용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고무는 아스팔트 포장재나 운동장 바닥 같은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다. 평생 도로를 달리던 존재가 마지막에는 다시 도로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교체를 마치고 나오니 직원이 행사 상품권 10만 원을 건네주었다. 작은 이득이 생겼지만 마음 한편은 묘했다. 낡은 것을 보내고 얻은 기쁨보다,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시간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컸다.

새 타이어를 장착한 쏘나타는 전혀 다른 차가 되어 있었다. 노면에서 올라오던 잔진동은 부드럽게 걸러졌고, 웅웅거리던 소음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핸들을 잡은 손끝은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감각을 느꼈다. 익숙했던 도로가 새롭게 보였다.

오랫동안 뒤축이 무너진 신발을 신고 걷다가 발에 꼭 맞는 새 신발로 갈아 신은 기분이었다.

우리는 자동차의 엔진오일은 꼼꼼히 교환하면서도 정작 도로와 맞닿아 있는 네 개의 신발은 쉽게 잊곤 한다. 하지만 자동차에서 유일하게 노면과 직접 맞닿는 부품은 타이어다. 그 작은 접촉면이 가속과 제동, 방향 전환, 그리고 가족의 안전까지 모두 책임진다.

언젠가 이 새 타이어도 닳고 굳어갈 것이다. 뜨거운 여름 아스팔트를 견디고, 빗길의 물을 밀어내며 조금씩 자신의 몸을 깎아낼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타이어처럼 조용히 제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소모가 아니다.

타이어는 자신의 몸을 닳게 하며 다른 사람의 길을 안전하게 이어 주는 존재다. 마지막까지 누군가를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것이 그들의 사명이다.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은 도로 위로 새 신발을 신은 쏘나타가 조용히 앞으로 나아간다.

오늘도 네 개의 타이어는 아무 말 없이 아스팔트를 붙잡고, 나는 그 위에서 또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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