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고통의 깊이

물길은 언제나 나보다 먼저 바뀌었다.
나는 잘려 나간 뿌리처럼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눈을 껌뻑일 때마다
눈꺼풀 뒤로 흙물이 고였다.
어떤 사람은
제 키보다 높은 물을 건넜다.
수면이 흔들리고
그가 지나간 자리엔
바람만 휑했다.
젖은 옷을 툭툭 털며
멀어지는 뒷모습.
하지만 물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한 사람에게서 빠져나온 물이
다른 사람의 밤에 고였을 뿐.
깊이를 알 수 없는 밤,
웅덩이는 고요히
제 몫의 높이를 채운다.
누군가는 귓바퀴까지 차오른 물을 견디고
누군가는 발목을 잡힌 채 가라앉는다.
건너온 물의 깊이는
눈으로 잴 수 없다.
물이 머물다 간 자리마다
저마다 다른 수위가 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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