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춤에서 깨달은 인생: 나이 들어도 유연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며칠 전, 조카 딸이 영상을 하나 보내왔다.
요즘 핫하다는 아이돌의 무대였다.
음악이 흐르고, 빛나는 청춘들이 무대를 가르며 춤을 췄다.

춤이라기보다는 날갯짓 같았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떨어지는 손끝,
순간마다 터지는 에너지,
그리고 관객과 숨을 맞추는 눈빛까지.

나는 화면을 끄지 못한 채 한참을 앉아 있었다.

예전엔 나도 춤을 좋아했다.
대학 축제 때, 친구들과 무대를 준비하며 밤을 새우던 기억.
누가 잘 추고 못 추고가 중요하진 않았다.
그냥 음악이 나오면 몸이 먼저 반응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어깨를 한 번 돌리면 이틀이 뻐근하고,
허리를 숙였다 펴면 무릎이 소리를 낸다.

몸이 굳는 건, 나이 탓이라 위로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마저 굳어가는 게 느껴진다.
새로운 걸 보면 낯설고,
다른 세대의 감성에 쉽게 불편해진다.

“이건 좀 과한 거 아니야?”
“나 때는 안 이랬는데…”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지금, 내 안에서 무언가가 멈추고 있구나.

그래서 작은 결심을 했다.
조카 딸이 보내준 그 영상,
다시 재생했다.
이번엔 따라 해보기로 했다.

몸은 어설펐다.
무릎이 툭툭 소리를 내고,
팔이 마음과 따로 놀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웃음이 났다.
오히려 즐거웠다.
못 움직이던 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움직이니,
기억도 움직였다.

대학 강당의 땀 냄새,
조명 아래에서 긴장하던 나,
무대 뒤에서 친구와 나눴던 눈빛.
모두 다시 살아났다.

나는 깨달았다.
춤은 반드시 몸으로만 추는 게 아니란 걸.
생각도 춤을 출 수 있다는 걸.

지금도 나는 춤을 춘다.
다만 무대는 머릿속이고,
리듬은 단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글을 쓰는 이 작은 움직임이
나만의 무대다.

세상은 계속 바뀐다.
음악도, 감성도, 가치관도 빠르게 흘러간다.
하지만 늙는다는 건
그 흐름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나만의 춤을 찾는 일이다.

아이돌이 무대에서 빛나듯,
나는 오늘 글을 통해 나를 빛낸다.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
예전엔 뻔하게 들렸지만
지금은 믿고 싶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춤추고 있으니까.
생각이라는 무대 위에서,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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