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보름달 아래 가라앉은 목소리, 기포 하나 올라오지 않는 밤

보름달

 

보름이다

수면이 밤보다 먼저 부푼다
등을 접은 물결들이
제 몸의 꼭대기에 올라
한꺼번에 멈춘다

달빛이 물의 살을 벗긴다
검은 것들이 드러난다
나무의 뿌리
지붕의 모서리
사람이 돌아간 자리

어둠은 입을 벌린 채
아무것도 삼키지 않은 척한다

개 한 마리가 짖고
접시 하나가 깨지고
늦은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소리는 먼저 물에 빠진다

그 뒤를 따라
누군가의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파문이 와서
그 이름을 한 번 읽고
지운다

수평선은 이미 봉합되었다

보름달만
물 위에 뜬 상처처럼 환하다

아무도 건져 올리지 않는다

기포 하나
올라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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