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캐니언에서 느낀 자유, 협곡 위를 나는 꿈
비행기가 애리조나 주 북부의 하늘을 스칠 때,옆자리의 할아버지가 불쑥 말을 걸었다. “처음인가요? 그랜드캐니언?”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창밖을 가리키며 조용히 말했다. “그럼 곧, 지구의 나이를 보게 될 거예요.” 그 순간,창밖 아래 거대한 틈이 열렸다. 붉고 검붉은 바위들이 계단처럼 이어지고,그 사이로 어둠이 천천히 잠겨 있었다. 지도가 아니라, 사진도 아니라,지구의 살이 깊게 베인 상처였다. 나는 숨이 멎는 듯했고,손끝이 저절로 창문을 붙들었다. 전망대에 내렸을 때,공기는 다른 세상의 것처럼 느껴졌다. 길이 446km, 깊이 평균 1.6km, 폭 6.4~29km. 그 숫자들은 입 안에서 금세 부서져가루처럼 흩어졌다. 이곳은 수학이 아니라 감각의 영역이었다. 바람이 협곡의 벽을 타고 올라와..
2025. 8. 14.
"빛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의 이야기"
가끔 그런 사람을 본다.길을 걷다가, 지하철에서, 혹은 커피숍 창가에 앉은 모습으로.빛이 나는 사람. 설명할 수는 없지만,‘아, 저 사람은 다 가졌구나’ 싶은 사람이 있다. 잘생긴 얼굴, 단정한 옷차림,말할 때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신감.그 옆에 비친 나의 모습은흐릿하고, 작고, 조용하다. 그럴 때면 나는 거울을 바라보며 속으로 묻는다.“왜 나는 아무것도 안 갖고 태어난 걸까?” 세상은 공평하다고 배웠지만,정작 살아보면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눈에 띄게 많은 걸 갖고 태어난다.좋은 얼굴, 좋은 성격, 넉넉한 환경, 타고난 실력까지. 그런데 나는?외모도 평범, 집안도 평범,성격은 내성적이고, 건강은 늘 어디가 아프다.이렇게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으로만살아가야 하는 걸까.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
2025.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