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62

캘리포니아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나무가 말하는 길 어느 날, 서부로 향하던 개척자들이 길을 잃고 사막을 헤매고 있었다.모래바람은 시야를 가리고, 지친 발은 모래에 푹푹 꺼졌다. 그때 그들의 눈에, 이상한 나무 한 그루가 들어왔다.마치 어둠 속에서 길을 가리키듯, 팔을 들어 올린 채 서 있었다. 지친 이들 가운데 누군가 속삭였다.“저건 여호수아 같아. 두 팔을 들어 기도하는 모습 말이야. 그 이름은 그렇게 불리기 시작했다. Joshua Tree. 세월이 흘렀어도, 사람들은 그 나무 앞에서 멈춰 선다.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나무껍질에 손을 얹은 채 한참을 서 있다.말로는 다 하지 못한 소원을 속으로 흘리며. 사막의 바람은 여전히 뜨겁고 메마르지만,나무는 묵묵히 두 팔을 벌린다.기도와 길 찾기가 어쩌면 같은 말이라는 듯. 2025. 8. 21.
나는 땡돌이입니다 6시 정각.아직 어둠이 방 안을 채우고 있지만시계는 내게 더 이상 눕지 말라고 속삭인다. 머릿속은 이미 분 단위로 쪼개진 하루로 분주하다.1교시 국어, 2교시 문법, 3교시는 상담... 그리고 종례.‘어김없이 종이 울릴 것이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시계는 나를 더 촘촘하게 다룬다.08:40, 땡. 교실로 입장.아직 졸린 눈을 비비는 아이들 앞에서 인사를 건넨다.그 순간부터 나는 ‘선생님’인 동시에 ‘땡돌이’가 된다. 50분. 땡. 다음 교실.50분. 땡. 또 다른 반.50분. 땡. 점심시간. 수업은 흐르지 않는다. 울린다.종소리에 맞춰 움직이는 나날 속,나는 내 시간도, 내 리듬도 점점 놓쳐버린다. 문득 생각한다.“나는 왜 시계의 주인이 아니라, 시계의 종이 되었을까?” 원래 시계는 인간이 만든 도구.. 2025. 8. 20.
무덤길 위에 걸린 쌍무지개, 떠난 이와 남은 이의 이야기 장례가 끝난 산은 말이 없었다.바람도 조심스레 흐르고, 흙을 던지는 손짓은 이승과 저승을 나누는 신호 같았다. 나는 지팡이를 짚고 무덤 사이 길을 올랐다.신발 밑에서 흙이 눌려 터지는 소리가 잔뜩 젖은 듯 끈적였다.코끝에는 흙냄새가 짙게 배어들었고, 계곡에서 불어온 바람은 차갑게 살결을 스쳤다.삶은 늘 그렇듯, 하나의 얼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상수리 열매가 떨어져 땅을 울렸다.짧은 울림이 목탁처럼 산을 두드렸다.가지 위 새소리는 기도처럼 흘러나왔다. 계곡 물 위로 도화잎이 흘러갔다.너무 가벼워 오래 머물 수 없었다.발밑에서는 들개가 혀를 늘어뜨렸고, 까마귀는 검은 울음을 토했다. 그 순간, 동굴 깊은 곳에서 바람이 스쳐 갔다.낮은 신음처럼 들려왔다.그 소리는 단순한 바람이었을까,아니면 누군가의 목소.. 2025. 8. 19.
요세미티에서 배운 것들: 자연, 침묵, 그리고 사람 (사진 2) (사진 3) 미국 캘리포니아, 그 넓은 땅 위에서 요세미티는 말이 없었다.거대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다섯 명, 각자의 발걸음으로 그 침묵을 걸어 들어갔다. 여동생 부부, 우리 부부, 그리고 누나.다른 시간에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가 하나의 자연 속에서 나란히 걷는 그 순간,말은 줄었고 마음은 넓어졌다. 공원 입구를 지나자 바람은 제 몸보다 더 큰 나무들 사이를 유영했다.눈에 보이지 않는 숨결이 온몸을 감쌌다. 누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한마디 했다.“이런 데선, 별일 없던 게 제일 고맙네.”자이언트 세쿼이아 숲.(사진.. 2025. 8. 18.
"구름과 눈 사이, 미국 몬태나 글래이셔 국립공원에서 보낸 7월" 7월에 몬태나의 **글래이셔 국립공원(Glacier National Park)**을 여행했어요.이곳은 미국 북부, 캐나다와 국경을 맞댄 곳으로 웅장한 산맥과 협곡이 인상적이에요.해발고도가 높아 한여름에도 눈이 남아 있고, 설경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풍경이 환상적이었죠.특히 고요한 호수와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설산은 마치 영화 속 장면 같았어요.잠시 일상을 벗어나 대자연과 마주했던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절경과 사계절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몬태나 글레이셔 국립공원은 정말 특별한 곳이죠.한여름에 눈을 밟고, 고산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야생화 사이를 걷는 경험은 쉽게 잊을 수 없을 거예요.날씨는 시시각각 변했지만, 그 변화마저도 여행의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자연이 들려주는 고요한 이야기 속에서 .. 2025. 8. 16.
십자가를 진다는 것의 진짜 의미 내 어깨 위엔 늘 무언가가 얹혀 있었다.처음엔 이름도 없고, 형태도 없었다.그저 **‘무겁다’**는 감각 하나만 또렷했다. 어릴 적엔 그것이 부모의 한숨이었고,사춘기엔 나 자신에 대한 모호한 분노였다.그리고 지금은, 말하자면,삶이라는 이름의 깃발이다. 사람들은 말한다.“자기 십자가를 지고 가라.” 그 말이 어쩐지 나를 불편하게 만들던 시절이 있었다.왜 나는 평생 고통을 등에 메고 살아야 하는가.왜 하필 십자가인가.인간이 짊어질 짐은늘 고통이어야만 하는가. 그러다 문득, 오래된 기도문을 떠올렸다.“주여, 제가 짊어질 것을 주소서.저를 증명할 수 있는 무게를.” 그제야 깨달았다.인간은 스스로를 ‘감당하는 존재’로 증명해온 생명체라는 것을. 욕망, 시기, 질병, 불안, 후회, 죄책감.이 모든 감정은 한 사람이.. 2025.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