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잠자리 한 마리 떠난 뒤
코스모스가 천천히 기운다.
이미 사라진 무게를
가느다란 꽃자루가 붙들고 있다.
가을바람이 지나간다.
붉은 꽃잎은 흰 꽃잎 쪽으로 눕고
두 꽃 사이의 빈자리도
잠깐 한쪽으로 쏠린다.
바람이 멎자
코스모스는 조금씩 몸을 세운다.
그러나 꽃잎 끝에 걸린 햇빛은
기울어진 자리에 그대로 남는다.
저녁이 가까워질수록
꽃들의 그림자는 길어진다.
꽃자루는 제자리로 돌아와도
그림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잠자리가 앉았던 자리에
다른 잠자리 한 마리가 내려온다.
이번에는 꽃이 먼저 기울고
잠자리는 한동안 날개를 접지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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