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상처받은 삶에도 남아 있는 빛

 

어둠이 덜 걷힌 아침
가지 끝 잎 하나가
몸을 편다.

빛을 안다기보다
추위를 먼저 견딘 몸이다.

한낮이 깊어질수록
가장자리는 마르고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작은 구멍이 생긴다.

살아 있는 것에는
닳은 모서리가 있다.

나는 오래도록
상처 없는 것이
푸른 것인 줄 알았다.

지칠 때마다
너를 찾아와
그늘부터 얻었다.

고개를 들어서야 알았다.

내가 쉬는 동안
수많은 잎이
뜨거운 쪽에 서 있었다.

그제야
네 푸름이 조금 미안해졌다.

나는 지쳐도 되면서
너는 끝까지
푸르러 달라고 했으므로.

계절이 기울자
네 모서리에
갈색이 번졌다.

초록은
상처받지 않은 삶의 색이 아니다.

닳은 자리 곁에
끝내 남아 있는
작은 면적의 빛이다.

그러니 이제
그 자리에 있으라고
말하지 않겠다.

어느 날 다시
네 발치에 서게 된다면

얼마나 푸른가보다
얼마나 오래
뜨거운 쪽에 있었는지를 보겠다.

내가 쉬어 간 그늘은
아무 일 없었던 나무가 아니라
빛을 견딘 나무가
내어준 자리였으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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