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은 문명의 엔진일까? 자본주의, 인간 본성, 그리고 성장의 조건

인간 본성, 자본주의, 그리고 우리가 아직 배우는 중인 것

새벽 다섯 시의 시장은 이상할 만큼 정직하다.

고등어는 얼음 위에서 차갑게 빛나고,
사과는 더 붉은 것부터 앞줄에 놓인다.

아무도 “공동체를 위해” 나오지 않았다.
자식의 학원비를 위해,
이번 달 월세를 위해,
어제보다 덜 불안한 오늘을 위해 나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이기적인 새벽들이 모이면
도시는 아침을 먹는다.

나는 그 장면 앞에서 오래 서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기심은 정말 나쁜 것일까.
아니면 문명을 움직이는 힘일까.

이기심과 자본주의의 시작

1776년,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이렇게 썼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이 문장은 경제학 이론이라기보다
인간 본성에 대한 관찰이었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기심은 경쟁을 낳고,
경쟁은 혁신을 낳고,
혁신은 성장을 만들었다.

산업혁명도,
디지털 혁명도,
실리콘밸리의 밤샘도
대개는 “세상을 구하겠다”는 마음보다
“앞서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되었다.

이 점에서 이기심은 분명
문명의 엔진처럼 보인다.

그러나 엔진은 방향을 모른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엔진은 힘을 내지만
방향을 결정하지는 못한다.

나는 몇 해 전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난 적이 있다.
누군가의 성공이 나의 실패가 되는 구조 속에서
이기심은 생산적인 에너지라기보다
날카로운 칼처럼 느껴졌다.

그때 처음 깨달았다.

이기심은 발전을 만들 수 있지만,
동시에 배제를 만든다.

자본주의는 효율을 높였지만,
그 과정에서 격차도 함께 키웠다.

2008년 금융위기,
플랫폼 독점,
청년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은
통제되지 않은 욕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다.

이기심을 없앨 수 있을까

19세기,
카를 마르크스
다른 길을 제안했다.

생산수단을 공유하고,
능력에 따라 일하며,
필요에 따라 분배하자는 사회.

그러나 20세기의 실험은 복잡했다.
소련
계획경제를 시행했지만
비효율과 권력 집중 문제를 겪었고
결국 해체되었다.

그 실패를 단순히 “이기심 억압”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정치적 구조, 정보 왜곡, 국제 질서 등
많은 요인이 얽혀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인간의 동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제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이기심을 법으로 금지할 수는 있어도,
마음에서 지울 수는 없다.

우리가 배운 것

나는 이제 이기심을 미화하지도,
완전히 부정하지도 못한다.

이기심은 인간 본성이다.
자본주의는 그것을 활용했다.
역사는 그것을 방치했을 때의 위험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일까.

억압이 아니라 설계다.

공정한 경쟁 규칙,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
패자에게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는 제도.

이 장치들이 있을 때
이기심은 약탈이 아니라 노력으로,
파괴가 아니라 창조로 이어질 수 있다.

다시, 새벽 시장에서

나는 가끔 그 새벽 시장을 떠올린다.

생선 장수의 손은 여전히 차갑겠지만
그의 욕망은 뜨겁다.

그 욕망이
옆 사람의 생선을 빼앗는 방향이 아니라
자기 생선을 더 싱싱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흐를 때,
그 시장은 아름답다.

이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기심은 엔진이다.
그러나 문명의 방향은 제도가 결정한다.
그리고 그 제도를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다.

우리는 아직 배우는 중이다.
인간 본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 힘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새벽은 매일 오고,
엔진은 오늘도 돌아간다.

문제는
그 차가 어디로 향하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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