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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

"한국의 사계절 vs 캘리포니아의 안정된 기후, 어느 날씨가 더 좋을까?"

by 선비천사 2025. 6. 6.

 

어릴 적부터 나는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살기 좋은 나라"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엔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가을엔 단풍이 들고, 겨울엔 눈이 내린다.

 

이 계절의 순환은 마치 인생의 흐름 같아서, 우리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믿고 살아간다.

그러던 내 생각이 흔들린 건 여동생이 정착한 미국 캘리포니아를 찾았을 때였다.

 

처음에는 ‘사막 기후’라는 말에, 끝없이 뜨겁고 메마른 풍경만을 떠올렸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그곳의 날씨는 전혀 달랐다.

하늘은 하루도 빠짐없이 푸르고, 공기는 건조했지만 탁하지 않았다.
낮엔 햇볕이 강하지만, 그늘에만 들어가면 신기할 정도로 시원했다.

 

에어컨도, 난방도 크게 필요 없는 일상.
비가 거의 오지 않으니 우산도, 장화도 필요 없다.

그곳에서는 사람들도 날씨에 쫓기지 않았다.
계절이 주는 불편보다, 일정한 기후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더 컸다.

 

특히 저녁 무렵이 인상 깊었다.

해가 기울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마치 하루의 번잡함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한적한 거리에서 들려오는 자전거 소리,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잎 소리.

 

그 속에서 나는 조용히 앉아, 아이스커피를 마셨다.

그늘 아래에서 마신 한 모금은 온몸을 감싸 안는 듯했고,
햇살은 피부를 간질이듯 내려앉았다.
바람은 말없이 등을 토닥이며 속삭였다.

“괜찮아, 오늘 하루도 잘 살아냈잖아.”

그곳의 저녁은 단순히 선선한 기온이 아니라, 마음을 회복시키는 공기였다.

 

물론 단점도 있다.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농업이나 수자원 관리도 쉽지 않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사람들이 그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후는 단지 날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곧 우리의 감정 상태이자, 일상의 질서를 만드는 배경이다.

날씨는 우리의 기분을 바꾸고, 생각의 깊이도 바꾼다.
지속적으로 맑은 하늘을 본다는 것, 아침마다 같은 햇살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한국의 사계절은 아름답지만, 때론 그 변화가 피곤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반면, 캘리포니아의 일정한 기후는 삶의 리듬을 잔잔히 유지하게 해준다.
흔들림 없는 날씨 속에서 사람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사람이 살기 좋은 날씨란 결국 마음이 편안해지는 날씨가 아닐까.

 

기온 몇 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서 하루를 무리 없이 살아낼 수 있는지,
그리고 삶이 한결 부드러워지는지가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그 저녁을 떠올린다.
붉은 노을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기후.

그리고 조용히 되뇌인다.

 

“살기 좋은 날씨는, 곧 내 마음이 쉬어갈 수 있는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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