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사람을 본다.
길을 걷다가, 지하철에서, 혹은 커피숍 창가에 앉은 모습으로.
빛이 나는 사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 저 사람은 다 가졌구나’ 싶은 사람이 있다.
잘생긴 얼굴, 단정한 옷차림,
말할 때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신감.
그 옆에 비친 나의 모습은
흐릿하고, 작고, 조용하다.
그럴 때면 나는 거울을 바라보며 속으로 묻는다.
“왜 나는 아무것도 안 갖고 태어난 걸까?”
세상은 공평하다고 배웠지만,
정작 살아보면 그렇지 않다.
누군가는 눈에 띄게 많은 걸 갖고 태어난다.
좋은 얼굴, 좋은 성격, 넉넉한 환경, 타고난 실력까지.
그런데 나는?
외모도 평범, 집안도 평범,
성격은 내성적이고, 건강은 늘 어디가 아프다.
이렇게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사람으로만
살아가야 하는 걸까.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빛나는 존재만이, 삶의 전부일까?
나는 어릴 적부터 ‘무난한 사람’이었다.
공부를 엄청 잘하지도 않았고, 튀지도 않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힘든 일이 있는 친구들이 하나둘 내 옆에 앉았다.
“너는 말 안 해도 그냥 편해서 좋아.”
그 말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나라는 사람은 어쩌면
누군가의 숨쉴 틈이 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세상은 빛나는 사람들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조명을 받는 무대 위에 서고,
누군가는 조명을 비추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누군가가
“넌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라고 말할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건 네가 보는 방식일 뿐이야.”
나는 내가 가진 여백 덕분에
수많은 감정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의 고백을 들을 수 있다.
가득 찬 사람은 더 채울 수 없지만,
비어 있는 사람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
나는 오늘도 평범한 얼굴로 거울을 본다.
그리고 조용히 다짐한다.
빛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조용히 빛나는 마음 하나쯤은, 내 안에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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