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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

“군중심리와 비난 문화의 진실”

by 선비천사 2025. 7. 22.

 

 

사람들이 모이면 묘한 일이 일어난다.
조용하던 사람이 갑자기 말이 많아지고,
신중하던 사람도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

 

누군가 목소리를 높이면 그 말이 진실처럼 들리고,
그 옆에서 손을 뻗는 사람은 옳아 보인다.

 

그리하여 어느 순간,
누군가를 향한 손가락질이 시작된다.

 

처음엔 다들 조심스러웠다.
“진짜일까?”
“설마 그 사람이…”

 

하지만 한 사람이 말한다.
“저 사람, 문제 있어 보여.”

 

그 순간,
무너졌던 침묵에서 말들이 쏟아진다.
“그럴 줄 알았어.”

 

“역시."

“이제야 드러난 거지.”

 

그 말들은 점점
단단해지고,
무거워진다.

 

그리고 하나의 돌이 된다.

 

그 돌은
이름을 가진 누군가를 향해 날아간다.

 

내가 그 장면을 처음 본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전학 온 친구 하나가 있었다.
말수가 적고, 어딘가 어눌한 아이였다.

 

특별한 잘못은 없었다.
그냥, 달랐다.

 

어느 순간, 그의 책상이 밀려났고
급식 시간엔 자리가 비워졌다.

 

그리고 그건 곧 놀이처럼 굳어졌다.

 

나는 ‘중립’을 택했다.
그러니까, 가만히 있었다는 말이다.

 

참여하지 않았다는 걸로
스스로를 안심시켰지만,
사실은 똑같았다.

 

침묵은 가장 쉬운 가담이다.

 

나는 돌을 들지 않았지만,
맞는 걸 외면했다.


시간이 흘러, 돌은
더 이상 손에 쥘 필요조차 없어졌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돌을 던진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 하나,
그 아래 쏟아지는 수천 개의 말들.

 

익명의 비난,
감정 섞인 단정,
아무 책임 없는 조롱.

 

클릭 한 번이면 우리는
‘정의의 편’이 된 것처럼 느낀다.

 

하지만… 그 정의가 진짜일까?

 

얼마 전,
인터넷에서 연예인 A씨에 관한 기사를 봤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판결문처럼 붙어 있었다.

 

그 아래, 수많은 댓글.
“역시 그럴 줄 알았지.”
“TV에서 안 봤으면.”

 

나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손을 멈췄다.

 

나도 돌을 얹으려 했다.

 

우리는 너무 자주 확신한다.
너무 빨리 판단하고,
너무 쉽게 분노하고,
너무 늦게 후회한다.

 

군중 속에서
우리는 용감해지지만
동시에 잔인해진다.

 

진짜 용기는
‘하지 않는 데’에서 오는지도 모른다.

비난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 일,

 

잠시 멈춰

다시 생각하는 일,
불편해도 질문하는 일.

 

그건 보기엔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장 큰 결단이다.

 

돌을 드는 건 쉽다.
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묻고 싶다.

 

내가 던지려는 그 돌,
정말 필요한 걸까?

 

아니면,
그저 나도 던지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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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무기가 될 때)  https://sunbicheonsa.tistory.com/manage/newpost/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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