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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

“선생님, 참새를 진짜 먹었어요?” 그날 교실은 웃음바다였다

by 선비천사 2025. 7. 21.

 

 

수업 시간, 학생들의 눈이 흐릿해질 때가 있다.
졸음이 스멀스멀 기어들고, 집중력은 교실 밖을 배회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떠올렸다.
하나는 분위기를 단단하게 조여 긴장을 유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의 힘으로 마음을 끌어당기는 방식이었다.

 

나는 후자였다.
웃음과 몰입,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스레 피어나는 배움.
그것이 내가 걸어온 30년 교직 생활의 방식이었다.

 

그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크게 반응했던 건 의외로 '참새고기' 이야기였다.

 

“참새요? 그걸… 먹었어요?”

 

아이들은 반신반의하며 웃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옛이야기를 꺼냈다.

 

한때 그 작은 새는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기도 했다고.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그땐 흔한 일이었다.

 

1960년대, 골목마다 포장마차가 있었다.
허름한 천막 아래, 연기 자욱한 불판에서
어른들은 조주 한 잔에 피로를 풀었다.

 

안주는 간소했지만, 그 중 백미는 참새고기였다.

 

참새를 잡아 껍질을 벗기고 내장을 손질한 뒤,
소금을 솔솔 뿌려 석쇠에 올리면
고소한 향이 포장마차를 가득 채웠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던 참새.
작지만 바삭하고 짭짤한 그 맛은 아직도 혀끝에 남아 있다.

 

어른들은 그 맛을 이렇게 말했다.

 

“참새가 소 등에 앉아
‘내 고기 한 점이 네 고기 한 근보다 낫다’고 놀렸다지.”

 

그만큼 참새고기 한 점이
귀하고 진귀했다는 뜻이다.

 

학생들의 눈은 점점 커졌고, 손이 저절로 들렸다.
“선생님, 그럼 참새는 어떻게 잡았어요?”

 

나는 웃으며 답했다.
“그땐 참새가 농사를 망치는 해조류로 여겨졌거든.
그래서 정부에서도 잡기를 권장했단다.”

 

공기총을 쏘거나, 얇은 새그물을 펼치고
날아드는 참새를 낚았다.

 

해가 지면 손전등을 들고 초가지붕 추녀 밑으로 가서
자는 참새를 맨손으로 조심히 집어 들기도 했다.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참새는 이제 보호받는 생명이다.
윤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시대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과거와 현재의 인식 차이를 보여주는 시간의 수업이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통해 교실에 작은 타임머신을 띄운다.

 

참새고기라는 독특한 소재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시대의 흐름, 가치의 변화, 생활의 질감으로 이어진다.

 

단순한 에피소드가 배움의 지도가 되는 순간이다.

 

수업이 끝나도 아이들은 내게 다가와 묻는다.
“진짜 맛있었어요?”
“선생님은 그걸 지금도 기억하세요?”

 

나는 미소를 짓는다.
기억뿐 아니라,
그때의 냄새와 바람, 어른들의 웃음소리까지
아직 마음에 남아 있다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교실은 더 이상 수업 공간이 아니었다.
한 시대의 풍경 속에서
선생과 학생이 함께 걷는 시간의 골목길이었다.

 

요즘은 모든 것이 풍족하고 빠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럴수록,
옛이야기 하나가 주는 따뜻한 울림은 더 깊이 스며든다.

 

참새고기 이야기는
내 수업의 무기였고,
내 인생의 한 문장이었다.

 

“이제는 참새고기를 먹을 수 없지만,
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 순간이 더 귀하다.”

 

그렇게 수업은 끝나고,
아이들은 웃으며 교실을 나선다.

 

그들의 발끝에,
아주 작지만 오래 기억될
이야기 한 조각이 남아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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