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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수필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고 나는 버텼다”

by 선비천사 2025. 6. 27.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품은 목표가 있다.
누군가는 안정된 삶을 꿈꾸고, 누군가는 오래된 사랑을 기다린다.
어떤 이들은 증명하고 싶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어느 자리에 서도 빛나는 사람이라고.

 

그러나 그 목표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앞에 놓인 길이 뚜렷하지 않을 때도 있고,
가까워 보이던 지점이 어느새 멀어진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한 날들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걷고 넘어지며 다시 일어난다.

 

예전의 나는 교직에 막 들어선 초임 교사였다.
‘이 길이 정말 나에게 맞는 걸까?’
스스로를 끊임없이 되묻던 시절이었다.
수업 준비에 밤을 새우고도, 아이들의 반응은 뜻대로 오지 않았고,
행정 업무에 치이고, 선배 교사들과의 보이지 않는 긴장 속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소진되어 갔다.

 

어느 날은 퇴근길에 문득 눈물이 터졌다.
별다른 이유도 없이, 버스 안 창밖을 보다가 그냥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겪고 있던 고통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겪는 아주 ‘사적인 고통’이라는 것을.

 

이상하게도 세상은 그런 내 아픔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거리는 여전히 분주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상에 몰두해 있었다.
그 고요한 무관심 속에서 나는 알게 되었다.
고통은 늘 안쪽에서 조용히 퍼진다는 걸.
그리고 그 감정에 너무 깊이 잠기기 전에,
한 걸음 떨어져 나 자신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시간이 지나면 모든 감정은 형태를 바꾼다.
절망은 어느 순간 질문이 되고, 질문은 곧 방향이 된다.
결국 내가 다시 길을 걸어갈 수 있었던 건,
‘포기하지 않았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자주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지만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지나는 동안 우리는 반드시 무엇인가 되어간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자신의 목표를 향해
주저하면서도 나아가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 이루어짐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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