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한 번 크게 흔들려 무너지고 나면, 바닥에 닿을 줄 알았다. 더 이상 내려갈 곳은 없겠지 싶었다. 그런데 삶은 생각보다 깊었다. 한 번 무너진 줄 알았는데, 그 밑에 또 다른 무너짐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우울이라는 낯선 집에 살았다. 처음엔 견딜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날마다 조금씩 꺼져가는 마음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고, 웃음은 점점 어색해졌다.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바라볼 힘조차 없었다.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져내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끝은 없었다. 삶은 ‘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무언가를 내 앞에 밀어놓았다.
어떤 날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내 귓가를 맴돌았고,
또 다른 날은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체온이 나를 붙들었고,
문득, 거울 속에서 작게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마주한 날도 있었다.
그 작은 것들이 이상하게도 나를 다시 붙잡았다.
겨자씨만 한 희망.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사랑.
하지만 그것들이 모이고 이어져, 다시 한 발을 내딛게 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나는 나를 다시 살아냈다.
무너져도 괜찮다고,
그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삶도 있으니.
지금 나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중이다.
넘어질까 봐 두렵기도 하지만,
이제는 안다.
넘어져도 바닥은 없다는 것,
그리고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
사랑은 크고 찬란하지 않아도 좋다.
손바닥에 살짝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작아도 된다.
그 작은 사랑 하나로도, 사람은 다시 살아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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