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붉은 맷돌을 돌리고 있다.
지상의 모든 응달이
가루처럼 빻아지는 시간이다.
그늘조차 더위를 견디지 못하는 오후.
그늘 끝을 겨우 밟고 선 너는
혀를 길게 내민 개처럼
질문 하나를 바닥에 떨어뜨린다.
― 덥냐?
그 한마디는
공중에 닿기도 전에
달아오른 시멘트 위에서
수증기처럼 흩어진다.
나는 타들어 간 입술을 겨우 움직여
그 흩어진 말의 재를 받아먹는다.
― 나도 덥다.
그 말은 위로도 아니고
대답도 아니다.
같은 더위를 견디고 있다는
가장 오래된 증명일 뿐이다.
서로의 붉은 신음이
허공에서 잠시 맞부딪친다.
아무것도 식히지 못한 채
잠깐 서로를 울린다.
그 순간 우리는
서로를 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불길을 묵묵히 받아내는
두 개의 피뢰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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